계절에 관계없이 얼큰한 찜 요리는 인기 외식 메뉴 가운데 하나이다. 그 가운데 최고 인기 메뉴는 단연 '아귀찜'이다. 빨갛게 양념 된 콩나물 더미 여기저기에 파묻힌 아귀가 모락모락 김을 내면서 눈앞에 놓였을 때 누구나 침이 꿀꺽 넘어가기 마련이다. 아귀찜을 한 입 넣으면 입 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지만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게 된다. 초등학교 자녀의 학부모로 만나 20여 년 모임을 하고 있는 봉덕초등학교 학모회와 함께 30년 전통의 '죽도생아구찜'을 찾았다.
20년 지기 봉덕초교 학모회 회원들의 우의는 돈독했다. 1주일이 멀다하고 만나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권숙주 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로 공부와 장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즘은 여행과 건강, 취미생활 등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권 씨는 "'죽도생아구찜'은 우리 모두 좋아하는 메뉴여서 즐겨 찾는 음식점"이라며 "6년 단골"이라고 했다.
◆신선한 재료 사용
죽도생아구찜 김명주 사장은 아귀와 채소, 양념 등 재료는 국산만 사용한다고 했다. "아귀요리를 할 때 어떤 아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질 수 있다"며 "아귀 맛을 제대로 살리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신선한 재료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새벽 포항어판장에서 경매된 신선한 생물 아귀를 차편을 통해 가져와 사용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못생기고 쓸모없게 여겨 버렸던 아귀가 요즘은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인기 음식이 되면서 몸값도 올랐다"며 "아귀라도 다 똑같은 아귀가 아니다. 크기와 영양 상태에 따라 좋은 놈도 있고 부실한 녀석도 있는 법"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아귀 물량을 적게 확보했거나 손님이 많아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또 바다에 바람이 심해 조업이 되지 않아도 문을 닫고 말 정도로 생아귀만 고집하고 있다. "손님과의 약속이죠. 이 신뢰가 깨지면 음식점은 문 닫아야 합니다."
김 사장은 아귀 손질과 요리를 직접 한다. "남에게 맡기는 성격도 아니지만 제대로 맛을 내려면 내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또한 아귀 요리의 필수 재료인 양념과 그날 가져온 탱탱한 콩나물, 미나리, 파 등 채소도 모두 국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담백한 수육·매콤하고 쫄깃한 찜
학모들이 주문한 메뉴는 아귀 수육과 찜. 먹기 좋게 살이 오른 신선한 아귀살과 내장, 애(간)에 향기로운 미나리와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려주는 콩나물, 대파 등의 재료를 넣고 쪄낸 아귀 수육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술안주로 곁들여 먹기에 그만이다. 수육에 들어가 있는 아귀 내장과 애는 서로 눈치 보며 먹어야 할 정도로 별미다. 김경남 씨는 "담백한 아귀살에 비해 애는 밍밍하고 비린내 때문에 못 먹는데 이 집 애는 뒷맛이 고소하다. 수육 또한 쫄깃하고 담백하다"며 "생아귀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수육을 먹고 난 다음에는 갓 지은 밥에 콩나물과 애 등을 넣고 토하젓무침으로 간을 해 비벼먹는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구수한 애, 토하젓갈이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낸다. 김정희 씨는 "이 맛을 못 잊어 다시 찾고, 단골이 된 손님이 많다"며 "한 번 먹어보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귀살과 콩나물, 미나리가 매콤하게 버무려 나오는 아귀찜은 강력한 매력을 발휘한다. 향긋한 미나리와 알맞게 데쳐낸 콩나물이 아귀 살과 함께 아삭아삭 씹히면서 매운맛을 감싸주는 것이 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아귀찜 맛의 백미는 역시 아귀의 육질. 아귀살 한 토막을 입에 넣고 씹어보면 포들포들한 속살의 느낌이 아주 편안하고, 입 안에서 양념과 함께 섞일 때도 육질이 양념을 흡수하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육질이 뻑뻑하거나, 양념이 쉽게 섞이지 않고 미끄덩거리는 경우는 조리법이나 아귀의 선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삭거리는 콩나물, 향긋한 미나리, 통통한 아귀살이 매콤하게 버무려진 아귀찜은 '밥 도둑' 이 따로 없다. 아귀찜 접시를 비워갈수록 얼굴은 불그스레해지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특히 아귀찜 양념에 국수사리를 넣어 비벼먹는데 배불러도 끊임없이 젓가락이 가게 하는 묘한 맛이 있다. 김정희 씨는 "친정이 부산이다. 대구에서는 해산물에서 비린내가 많이 나 잘 먹지 않는데 이곳은 생물을 써서 그런지 부산에서 먹던 그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박명선 씨는 "양념이 잘 배인 아귀살을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되살아난다"며 "매콤하면서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 맛 또한 나른한 기운을 물리치기에 더없이 좋다"고 했다. 박 씨는 이어 "이곳은 사장이 직접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떻게 요리했는지 등에 대해 설명도 해준다"며 "친척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모두 만족해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손님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아귀찜(대) 3만5천원, 아귀수육(대) 7만5천원, 아귀전복수육 9만원, 아귀탕(1인분) 1만원, 돌낙지볶음(대) 3만5천원.
▷영업시간: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규모: 60여 석
▷문의: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인서로 10길 32, 053)643-4888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