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워 볼까요] 홈카페-브루잉(Brewing), '하리오 V6' 추출하기

4년 전인, 2011년 4월 필자는 전 세계 커피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주관 커피 전시회를 참관하기 위해 휴스턴을 방문했다. 새롭게 출시된 다양한 커피기계들과 용품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축제처럼 즐기는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또한 SCAA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였다. 그런데 SCAA 전시회에서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세계 최초로 열린 제1회 브루어스컵(Brewers Cup) 대회였다. 4년 전 당시만 하더라도 손으로 물을 부어 정성스럽게 추출하는 방식은 일본과 한국에서 쓰는 지극히 동양적인 커피 추출 방식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인들이 그 방식으로 대회까지 열다니!

내심 커피메이커 방식으로 원두를 대량 추출하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추출이 보편적인 미국에서 사람의 손으로 정성들여 추출하는 핸드드립 방식(미국인들은 이 방식을 '브루잉'(Brewing) 혹은 '푸어오버'(Pour over)라 한다)을 알기나 하고 대회를 하나 의심스럽기도 했다. 나의 궁금증을 알 리 없는 미국 바리스타들은 대회를 온전히 즐기며 자신들의 원두와 추출 방식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커피를 어필하고 있었다.

휴스턴의 SCAA 전시회를 참관하고 나서, 스타벅스 이후 미국커피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시애틀, 포틀랜드 커피 투어를 했다. 당시 커피 업계 '제3의 물결'이라 불리며 미국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 바람을 일으킨 스텀프타운, 비타커피, 코아바커피 등을 방문하여 그들이 만든 커피를 마시며 브루어스컵 대회가 열린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미국의 젊은 바리스타들은 중남미'아프리카의 커피 산지를 방문하여 농부들과 직거래로 스페셜티 싱글오리진 커피를 들여오고 있었으며, 이러한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을 넘어 일본에서 건너온 추출도구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케맥스, 콘과 같은 브루잉 추출 도구들을 개발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들은 손으로 정성들여 물을 부어주는 경험적 방식이 아니라, 과학적 이론(Brewing control chart)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새로운 커피 향미를 추출하려 하고 있었다. 커피에 맞는 물 온도, 추출시간, 원두의 양 등 조건들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적합한 조건을 찾으면 그 레시피에 맞춰 물을 그냥 쏟아붓듯이 부어주기만 하면 추출이 완료되었다.

오늘은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쉽고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는 미국 바리스타들의 브루잉, 푸어오버 방식을 배워보자. 단 재료는 좋은 생두를 잘 볶은 신선한 원두여야 한다.

라이트로스팅 원두 30g(설탕 굵기 보다 조금 굵게 갈아서 준비), 하리오 드립세트(서버, 드리퍼, 필터, 드립포트, 타이머, 온도계, 저울)

바리스타들이 브루잉 방식에 즐겨 사용하는 추출도구는 일본 하리오, 미국 케멕스&콘 필터, 대만의 클레버 등이다. 추출법은 대개 비슷하므로 하리오V6 드리퍼 추출을 살펴보자.

1. 원추형 필터는 압착된 곳이 한 곳이므로 그 부위를 한 번만 접어준다.

2. 필터의 종이 냄새를 없애기 위해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 후 물을 버린다.

3. 커피가루를 담고 드리퍼를 흔들어 커피가루를 평평히 펴 준다.

4. 커피가루가 젖을 만큼만 물을 부어주고 30초간 기다려 준다.(뜸들이기)

5. 뜸들이기가 끝나면 중심부부터 원을 그리며 편하게 물을 부어준다.

6. 분량의 물(500g)을 가득 부은 후 물이 전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추출 완료.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추출컨트롤 차트에 의하면 사람들은 커피추출액의 농도가 평균 1.2%일 때, 그리고 사용된 원두의 양에서 물에 추출되어 나온 성분의 양인 추출수율이 20%일 때, 가장 커피가 맛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SCAA는 1.2% 농도와 20%의 추출수율을 가진 커피를 추출하려면 물100g에 원두 6g 사용을 권장한다. 즉 2잔 분량의 추출을 위해서는 원두 30g에 물500g을 사용하면 적정한 농도와 수율에 맞춰 추출이 가능하고, 미국 바리스타들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원두와 물의 양, 분쇄도, 물의 온도, 추출시간을 계량하여 물을 편하게 부어주는 사진과 같은 푸어오버식 추출을 즐긴다.

박효승(테이블탑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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