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만 오세요" 포항 커피기업 '향기내는 사람들'

대학생·교수 소외계층위해 의기투합…美재활협회 2년 연속 우수기업

사회혁신기업
사회혁신기업 '(주)향기내는 사람들'의 임정택 대표이사(오른쪽 첫번째)와 직원들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신동우 기자

장애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있다. 스펙은 없어야 하고, 적응될 때까지 함부로 그만두지도 못한다. 건강한 신체와 말끔한 용모는 필요 없다. 바로 포항의 사회혁신기업 '㈜향기내는 사람들' 이야기다.

향기내는 사람들은 장애인과 새터민 등 소외계층들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히즈빈스'라는 카페와 떡 판매점 '설레'를 운영하며 직원 수 60여 명, 연매출 10억원의 우수 중소기업이다. 놀랍게도 이 기업을 일군 것은 20, 30대의 젊은 대학생들이다. 한동대학교 사회복지과 동문으로 만난 임정택(31) 대표이사, 김대경(37) 이사, 정숙희(43) 법인지도교수 등 3명이 2008년 9월 창업했다. 그들의 평균나이 30세 때의 일이다.

임정택 대표이사는 "젊은 만큼 무모했고, 그래서 이룰 수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기업을 만들어 보자"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돈도, 아이디어도 부족했다. 이들은 우선 3장짜리 카페 사업기획서를 만들어 포스코의 문을 두드렸다. 젊은이들의 무모한 도전에 포스코의 대답은 당연히 'NO'였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전국의 커피 명인들을 만나 사업 노하우를 얻어가며 한 달에 한 번씩 포스코를 다시 찾았다. 당초 3장이었던 사업계획서는 10장, 20장, 30장 계속 늘어갔고 정확히 6개월이 지나 총 37장의 사업계획서를 들이밀었을 때 포스코는 이들의 패기에 2천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서류를 심사하는 직원에게 '스타벅스처럼 세계적 브랜드 카페를 만들어 보이겠다. 그때는 오히려 우리가 포스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어요. 이미 장애인 직원도 4명이나 뽑은 상태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패기였네요."

우리나라에 막 커피 붐이 일어난 2009년 9월, 그들은 한동대 도서관 3층에 카페 '히즈빈스'를 오픈했다. 49㎡ 남짓 작은 공간에 여기저기서 지원받은 기계로 어설프게 시작한 가게였지만, 히즈빈스는 첫날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호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카페 히즈빈스는 현재 7개 매장에서 장애인 바리스타 37명이 일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3년에는 '향기제작소'란 커피 로스팅'떡'쿠키 제조공장을 설립해 새터민 2명을 채용하는 등 사업 확대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정신재활협회는 히즈빈스에 대해 "장애인이 한 직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매우 드문 사례"라며 향기내는 사람들을 2년 연속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창립 멤버 3명은 어느덧 임원이 됐지만, 이들은 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월 200만원 남짓을 받고 있다. 수익을 직원 모두 평등하게 나누거나 사업에 재투자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소외계층들이 도움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면 우리들의 노력은 성공이라고 봅니다. 단순한 사회복지기업이 아니라 포항의 자랑이 되는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을 때까지 꿈을 놓지 않겠습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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