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시작돼 스크린, 그리고 안방극장으로…. 온라인 만화 '웹툰'의 인기가 연일 상승세다. 웹툰 자체로 호응을 얻은 후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새로운 플랫폼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일부 인기 만화에 한해 영상화 작업이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아예 영상화를 목표로 웹툰 작업을 하는 예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하나의 콘텐츠가 장르를 넘나들며 리메이크되고, 이 과정에서 각각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더 풍성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추가해 즐거움을 주는, 이른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이뤄지고 있다. 인기 콘텐츠의 장르 변주 또는 관련 상품을 만들어내 산업화를 이뤄내던 '원소스멀티유스' 방식에서 한층 진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영화 제작 열풍
할리우드의 경우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 소재 코믹스를 기반으로 스파이더맨과 슈퍼맨'배트맨, 급기야 슈퍼 영웅들의 올스타리그에 해당하는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 원소스멀티유스 및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절히 활용한 예다.
이처럼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이장호의 외인구단' 등 만화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만화에서 보여준 각종 표현들이 실사화됐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이 많아 만화의 영상화가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 영화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생산됐고, 이 같은 흐름이 드라마 쪽으로 이어졌다. 이어 영혼이 뒤바뀐다는 내용의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판타지 드라마 제작 붐이 일어나는 등 소위 '만화 같은 실사'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 안방극장 시청자들도 다양한 소재와 폭넓은 표현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상 제작자들은 '만화처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검증된 만화 판권을 사들여 2차 제작물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tvN '미생'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면서 드라마 관계자들의 웹툰 주목도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SBS 수목극 '하이드 지킬, 나'와 tvN '호구의 사랑'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방송이 확정된 드라마 중에도 tvN '슈퍼대디 열', SBS '감각남녀', MBC '밤을 걷는 선비', KBS2 '오렌지 마말레이드'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즐비하다.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치즈 인 더 트랩'도 드라마 시장으로 진출한다. 현재 초기 제작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네이버 웹툰의 인기순위 상위권에 수년간 머무르며 웹툰 시장의 인기를 견인한 '마음의 소리'는 웹드라마 형태로 제작된다.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해를 품은 달'의 연출자 김도훈 PD도 웹툰 '미슐랭 스타'의 드라마화에 나선다.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대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 웹툰 '언터쳐블'도 프리퀄 형태로 제작돼 웹드라마로 팬들과 만난다.
영화계도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흥행작의 선례를 기반으로 웹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돼 참패했던 영화 '패션왕'도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원작의 인기 요소를 살리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한 것뿐 아니라, 혹평까지 들으며 나쁜 예를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제작단계에서 원작의 이름값에 기대 톡톡히 사전홍보 효과를 누렸다. 이병헌과 조승우가 주연으로 나서 촬영을 마친 영화 '내부자들'도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영상 관계자들, 왜 웹툰에 열광하나?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들이 웹툰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인기 웹툰은 수개월 혹은 수년의 연재기간을 가지며 팬층을 확보한다. 그만큼 타이틀과 캐릭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드라마와 영화로 재생산됐을 때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웹툰이 가지고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이다. 웹툰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 작업에 참여하고 표현의 영역 역시 자유롭다. 여러 가지 제한사항을 피해가며 제작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한층 기발하고 다양한 소재 및 스토리가 넘쳐난다. 웹툰을 통해 1차적으로 증명된 대중성을 기반으로 좀 더 현실성을 부여해 영상화하면 된다. 처음부터 영상화를 위해 스토리를 개발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내용인지 알아보기 위해 모니터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어 좋다.
또, 웹툰의 컷(만화의 장면)은 촬영 전 미리 그려보는 콘티(영상을 찍기 전 예상 컷을 미리 그려 스태프들의 동선을 짜주는, 일종의 그림 대본)의 역할을 하며 영상 제작을 한층 원활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상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웹툰의 컷을 보며 자신이 만들어야 할 작품의 이미지를 좀 더 정교하게 그려볼 수 있다. 특히 웹툰은 과거에 주로 인기를 얻던 서사형 만화와 달리 컷과 컷의 구분이 확실하고 다양한 형태의 효과까지 곁들이고 있어 영상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에 적합하다.
◆웹툰과 영상의 공존형태 변화
웹툰과 영상 제작자들의 공존 형태도 바뀌어가고 있다. 영상 제작자들이 판권을 사들여 '웹툰의 영상화'를 시도하던 게 기존의 방식이라면 지금은 웹툰과 영화'드라마가 각각 개별 콘텐츠를 상호보완하고 추가생산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단계다.
'미생'을 예로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앞서 '미생'은 본격 드라마화에 앞서 과거사를 보여주는 프리퀄 형태의 모바일 무비를 낳았고, 이어 드라마화된 이후 또다시 원작인 웹툰 작가 윤태호가 단편으로 번외편을 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의 내용을 최대한 활용해 시즌2를 기획 중이기도 하다. 물론, tvN 측에서도 웹툰 '미생2'가 불러올 반응을 고려해 드라마 시즌2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 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하나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른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국내 대중문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셈이다.
CJ E&M은 아예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웹툰 개발에 뛰어들었다. 드라마 시놉시스나 영화 시나리오 개발에 투자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웹툰을 개발하고 먼저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한 것. 시나리오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미리 콘텐츠의 대중성을 평가하고 콘티 작성 시간까지 최소화시킬 수 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심연의 하늘'을 비롯해 여러 편의 작품에 손대고 있다. 앞서 영화 및 드라마화를 감안해 시나리오를 소설 형태로 발간하던 일부 제작자들도 이젠 웹툰이란 새로운 플랫폼의 매력을 높이 사고 있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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