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63) 씨는 며칠 전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주유소에서 차에 휘발유를 넣은 뒤 영수증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49ℓ를 넣고 난 뒤 나온 기름값이 무려 9만8천원, ℓ당 1천969원이었다.
최근 ℓ당 1천400원대에 휘발유를 넣어왔던 강 씨는 직원에게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주유소 사장이 그렇게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강 씨는 "주유소에 따라 ℓ당 100~200원이 더 비싼 건 이해하지만 500원 가까이 비싼 건 너무 심하지 않으냐"며 "심지어 가격표시판도 대로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5일 기자가 찾은 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천969원으로 같은 날 대구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ℓ당 1천468.09원)보다 500.91원이나 비쌌다. ℓ당 1천420원 하는 대로 건너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과도 크게 차이가 났다.
이처럼 대구의 일부 주유소가 터무니없이 비싼 기름값을 받으며 운전자가 잘 보지 못하도록 가격표시판을 교묘하게 설치하는 '얌체 영업'을 하고 있어 운전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주유소 가격비교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5일 기준 ℓ당 1천800원 이상으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대구지역 주유소는 이곳을 포함해 ▷북구 동천동(1천898원) ▷동구 봉무동(1천884원) ▷수성구 지산동(1천849원) ▷남구 대봉동(1천829원) 등 총 5곳이다.
이런 주유소들의 공통점은 가격표시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찾은 손님들은 강 씨처럼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라 주유소는 판매 유종의 정상가격과 할인가격, 서비스 정보 등을 가격표시판에 표시해야 하고 가격표시판을 차량 운전자가 잘 볼 수 있도록 다른 설치물이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주유소 진출입로에 설치해야 한다. 이 주유소들은 이런 산자부의 고시를 어기고 있는 셈이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1천900원대 주유소의 경우 가격표시판을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아볼 수 없도록 설치해 관할 구청으로부터 여러 번 시정 요구를 받았지만 진입로 공간이 협소하다는 등의 핑계를 대고 있다"며 "판매 가격 결정은 자율적인 만큼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들어가기 전 가격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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