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많고 적음에 그 기준과 정답이 있을까.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떼 가는 나라들이 있다. 여기에 물건을 사고팔 때 20~30% 부가세가 따라붙으니 소득의 60~70% 정도를 국가에 떼어주는 셈이다.
반면에 탄생이 축복인 나라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나라들이다. 되레 출산과 동시에 매월 1천만원의 육아 연금이 나오는 곳도 있다. '태어나 보니 연봉 1억원이 되어 있었다'는 말이 상상 속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한상갑 기자
◆세금 없는 나라…바티칸·모나코·카타르·UAE 등 '천국'…북한도?
세금 논쟁과 관련해 흥미로운 곳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체제 홍보문구에서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주장하고 있다. 듣기엔 귀가 솔깃하다.
북한은 1974년 4월 1일 세금제도를 완전히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과연 그럴까. 북한 예산 원천은 거래수입금, 국가기업이익금, 사회협동단체이익금 등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속에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가 교묘히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명목상의 납세의무는 사라졌지만 각종 노력동원 형태로 노동력을 강요당하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본부인 바티칸시티. 인구는 1천여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다. 성지답게 조세가 없는 '세금의 성소'이기도 하다. 바티칸 시민은 세금 고지서에서 자유롭다. 시국(市國)의 재정은 신자들의 기부금과 로마에 있는 베드로성당, 궁전 등의 관광수입으로 꾸려진다.
그레이스 켈리 왕비로 유명한 모나코도 마찬가지. 프랑스, 이탈리아, 지중해와 인접해 있고 인구는 3만 명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프랑스의 2배를 넘나드는 부국(富國)이기도 하다. 왕비의 미모만큼이나 모나코의 세금 제도도 우아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단 한 장의 세금 고지서도 받지 않는다. 모나코의 부의 원천은 몬테카를로에 있는 카지노였다. 지금은 관광, 자동차 랠리, 금융산업으로 체질을 전환했다. 매년 3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그 수입으로 웬만큼 국가 재정이 꾸려진다. 이 밖에 브루나이, 카타르, 두바이, UAE 등이 대표적인 조세 천국으로 분류된다.
◆세금 많은 나라…소득 절반 '뚝' 유럽은 '세금 지옥'
동화의 나라로 유명한 덴마크는 세제(稅制)만큼은 동화처럼 아름답지 못하다. '물가 비싼 유럽 나라 톱5'에 항상 랭크된다. 대중교통 요금이 5천600원이나 된다.
소득세가 49%, 부가세가 25%이며 자동차등록세가 180%나 된다. 모든 거래에 부가세가 달라붙어 맥도날드 버거세트가 1만5천원, 콜라 한 잔이 4천원이나 한다.
북유럽의 자원 부국 노르웨이의 세금제도도 우리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바이킹의 후예답게 세금도 거의 '약탈' 수준이다. GDP의 45%(2011년 기준)를 세금으로 떼 간다. 비싼 세금은 모두 시장물가로 반영된다. 한 달 1인 식비가 70만원이고 집세는 200만원을 넘어선다. 수도 오슬로는 스위스 금융그룹 USB가 조사한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에서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볼보, 이케아, 에릭슨으로 유명한 스웨덴도 세금이라면 빠지지 않는다. GDP의 43%(2011년 기준)를 세금으로 걷어가고 고소득자의 세율은 50%가 넘는다. 국가 예산의 30%를 복지비용으로 지출하니 세금을 많이 걷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이런 고율의 세금제도에도 '조세 저항'이 전혀 없다. 낸 만큼 돌려받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부분 교육,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받으며 은퇴 후엔 안정된 연금을 보장받는다. 이 밖에 핀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도 고세율 국가다.
◆세금 없앴다가…'알거지' 된 나우루 공화국
남태평양 전설의 국가였던 나우루. 국토 면적은 울릉도의 3분의 1 수준.
별 볼 일 없던 외진 섬나라가 한때 미국 다음으로 부자 국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섬을 세계 최고의 부국으로 끌어올렸던 건 인광석(燐鑛石)이라는 특수 광물. 이 광물 덕에 나우루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길엔 외제차들이 넘쳐나고 국민들은 스시가 먹고 싶으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갈 정도로 호사를 누렸다.
모든 공공 서비스는 무료였고 복지 수준도 세계 최고였다.
하지만 무한할 것 같았던 자원이 2000년대 들어 바닥을 드러내자 주민들도 뒤늦게 이런저런 궁리를 내봤지만,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고 다시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은 호주의 원조를 받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세금의 남용, 과도한 복지가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 소중한 교훈이다.
◆결국 세금은…없어도, 많아도 탈
중동의 한 테마파크. 관람객 20여 명에 직원은 100여 명. 이들은 구석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며 낄낄댄다. 이러고도 이들은 대기업 간부급의 월급을 받아간다. 중동의 한 국가에서는 20세가 되면 연봉이 5천만원이 나오고 결혼과 동시에 이 연금은 두 배로 뛴다. 이런 환경에서 노동의 신성함이나 자기계발의 중요성 같은 가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과도한 징세와 복지 지출로 재정위기를 맞은 유럽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얼마 전 그리스가 디폴트 상황에 처했고 스페인, 이탈리아도 이제 과잉 복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없어도 탈, 많아도 탈, 세금 쓰기에 따라 나라를 흥하게도 기울게도 한다.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