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고고! 대한 록 탐방기

고고! 대한 록 탐방기/ 하세가와 요헤이 지음/ 북노마드 펴냄

저자 '하세가와 요헤이'는 한국 록 음악이 궁금해 1995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록 레코드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런 일화가 있었다. 일행과 함께 포장마차에 들른 저자에게 한 건장한 남자가 "일본인이 한국인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한국에 뭐 하러 왔어?"라며 시비를 걸었다. 당황한 저자는 무작정 "송골매나 신중현 선생님, 산울림 같은 예전 한국 록을 좋아합니다"라고 했고, 남자는 "여기는 전부 내가 낼 테니 마음껏 마셔!"라고 했다.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던 저자는 이후 한국 인디 음악 초기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정과 의리에 끌렸고, '곱창전골'이라는 밴드를 결성한 것을 시작으로 아예 한국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또 2005년에는 평소 동경하던 산울림의 재결성 작업에 참여했고, 최근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 앨범을 프로듀스해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의 성과를 올렸다. 이제 저자는 한국 록 음악계를 이끄는 주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는 레코드 수집가, 기타리스트, 음악 프로듀서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록 음악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국 인디 음악 태동기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록 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위치를 새롭게 규명해낸다. 특히 신중현과 산울림에 대해 "어떤 나라의 사이키델릭 록을 들어도 결국 영향을 받은 뿌리를 알아챌 수 있는데,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음악이다"고 평가한다. 또 저자가 미친 듯이 모은 방대한 규모의 한국 록 레코드 중 희귀 작품 200여 장을 엄선해 소개한다. 318쪽, 1만6천500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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