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관찰의 인문학

관찰의 인문학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펴냄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걷기란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물리적 공간을 옮기는 행위만은 아니다. 생소한 두 사람이 함께 걷다가 친밀함과 호감을 갖게 되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산책을 통한 명상으로 해답을 얻게 되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걷는 행위를 수행의 한 방법으로 보기도 한다.

맨해튼의 활기 넘치는 생활방식에 매료된 저자는, 평범한 동네 길을 여러 전문가와 함께 걸으며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주목해 보기로 한다. 저자는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스스로를 선정하고 혼자 걷기에 나선다. 충분히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11명의 '관찰전문가'들과 함께 걷고 난 후에야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질학자, 일러스트레이터, 의사, 시각장애인, 아기, 음향 엔지니어, 곤충 박사, 타이포그라퍼,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반려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아기와 함께 나선 길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군중은 모두 잠재적 환자들이었으며, 시각장애인과 걷는 일은 오감을 열어줬다.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한 산책은 한 편의 교향악과 같았고, 타이포그라퍼의 시선은 흔해 빠진 간판 속 정교한 미학을 발견해 낸다.

저자가 풀어내는 정교하고 지적인 모험의 세계는 가상의 것들에 쉴 새 없이 몰두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남긴다. 혼자 걸으며 나 자신과 대화할 것,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서로 '관찰'한 세상을 공유할 것! 356쪽, 1만4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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