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S, 잇단 문화유산 파괴…진짜 이유는 '자금 마련'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고대 유적 파괴가 잇따라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주요 문화재의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IS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표면적 이유는 '존재감 과시'와 '이슬람 극단주의 선전'을 들지만, 이면에는 '유물 밀거래로 자금 마련'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가 파괴한 고대 유적지는?

IS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인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IS가 파괴하는 유적은 대부분 고대 문명의 원형으로 금전적 가치를 따지기조차 어려운 소중한 유적이다. 대부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거나 잠정적인 등재 대상에 올랐던 곳들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IS의 공격을 받은 하트라는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거대한 요새 도시이자 최초의 아랍 왕국 수도였다. 이곳은 동서양 건축 양식의 독특한 조화 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달 5일 파괴된 이라크 북부의 님루드는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두 번째 수도다. 3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님루드의 왕조 무덤에서 1980년대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은 고고학계에서 기념비적 사건으로 꼽힌다. 

IS는 지난달 이라크 모술 박물관의 석상과 조각품도 파괴했다. 당시 이곳에는 하트라와 님루드에서 발굴된 유적들도 전시돼 있었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모술 박물관의 유물 90여 점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전했다.

같은 달 모술 도서관에서는 IS가 설치한 폭발물로 고대 시리아어 서적과 오스만 제국 시대의 서적 등 수천 점의 희귀 문서와 고서적이 불에 탔다. 지난해 7월에는 성서에 나오는 예언자 요나가 묻힌 것으로 전해지는 나비 유누스 묘지도 IS에 의해 폭파됐다. 앞서 6월에는 9세기 대표적 아랍 시인이었던 아부 탐말의 동상도 파괴됐다.

◆존재감 과시'이슬람교 선전 이면엔 '자금 마련'

IS는 유적 파괴 사실을 성명을 통해 밝히는가 하면 드릴이나 망치, 중장비로 유물을 파괴하는 현장을 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고대 유물과 문화재, 오래된 교회 등이 이슬람의 가치를 훼손하는 우상숭배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자신들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동시에 이슬람 근본주의 사상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는 셈이다. 

존재감 과시나 이슬람교 선전은 표면적 이유일 뿐, IS의 유적 파괴는 사실상 유물 약탈과 밀거래를 감추기 위한 '위장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5일 님루드 유적 파괴 현장에서 IS가 트럭으로 동상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현지 주민과 유엔 관계자 등을 통해 목격됐다. 7일 하트라에서도 IS가 유물들을 실어 날랐다는 현지인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고고학 연구자인 주나이드 아메르 하비브는 "IS가 약탈한 유물들은 IS의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는 주요 재원"이라며 "이 같은 작전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대원들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월급도 주는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하비브는 IS가 약탈한 유물들을 밀매하는 일을 막으려면 국제사회가 암시장에서의 불법적 유물 거래를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에 지난달 12일 IS 등 극단주의 이슬람단체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원유 및 문화유산 거래, 인질 몸값 지급 등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태형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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