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마을운동 알리러 갔더니 "물 가져다 줄 '메시아' 왔다"

저개발국 식수난, 상상 이상…최진근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원장

새마을운동을 전수하면서 저개발국에서 물 부족으로 겪는 심각한 참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에티오피아 아둘랄라 마을에 한국 새마을 리더가 처음 도착했을 때 마을대표는 "우리에게 물을 주기 위해 메시아가 왔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옷을 사서 다 떨어져 버릴 때까지 세탁을 하지 못했다. 자녀들이 학교에 가지 못할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물을 길어서 오가는 거리가 왕복 14㎞의 먼 길이고, 학교에 수도시설이 없다 보니 자녀들이 식수로 가지고 갈 물이 없어서 그렇다.

인근에 있는 데베소 마을은 새마을 리더들이 보건위생교육으로 '이를 닦는 방법', '손 씻기' 등을 가르칠 준비를 해 갔지만 현지 주민들은 '물을 입에 넣었다 뱉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했다.

마을 주민들은 노란 기름통을 씻어서 물을 길어 나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물통 수도 가정마다 제한하고 있으며, 수백 명의 주민들이 노란 물통을 들고 수백m 긴 행렬을 지어 나르는데, 가난한 사람은 물통을 직접 들고 가서 길어오고, 생활이 좀 나은 사람은 당나귀로, 형편이 좋은 사람은 마차로 나르고 있었다.

르완다는 1천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나라로 마을이 산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새마을 리더가 파견된 키가라마 마을은 물을 긷기 위해 평지까지 내려가는데 약 15분 정도 소요되고, 물을 받아 올라갈 때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새색시는 스카프로 물통을 묶어서 이마에 걸쳐서 나르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애써 길어다 둔 물독 속에 올챙이가 부화해서 개구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그 물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실정이었다.

탄자니아에서는 물이 부족한데다 오염돼 있었다. 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기도 하고, 물놀이를 하다 보면 벌레가 피부 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고, 이 알이 몸속에서 기생하다 보니 '주혈흡충증'에 걸린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캄보디아 씨엠립 스피린트 마을에 새마을운동을 전수하기 위해 사전 현장조사를 갔을 때였다, 마을주민들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식수"라면서 관정을 요청하기에, 그럼 "물은 어디서 길어다 먹느냐"고 하자 "집 앞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을 먹는다"고 했다. 깜짝 놀라 물 웅덩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갖가지 쓰레기로 오염된 물을 먹는 것이 아닌가.

새마을운동 세계화 현장에서 본 물 부족의 심각성은 물과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는 심각한 물 스트레스 지역의 인구가 2000년 19억 명에서 2050년에는 39억 명으로 급증한다고 나와있다 .

다음 달 대구경북에서 세계물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물이 곧 생명임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국제전문가들이 물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함께 모색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우리 모두 적극 참여해 생명의 원천인 소중한 물을 지키고 절약하는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

최진근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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