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되면 불 꺼진 동네가 됩니다.'
금요일인 6일 오후 7시쯤 찾아간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8개 정부 기관 2천5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이곳에 상주하지만 활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말을 앞둔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모임이 많아 '불금'(불타는 금요일)으로 불리는 날이지만 혁신도시 내 상가 업주들은 '죽금'(죽 쑤는 금요일)으로 부르고 있다.
혁신도시 내 직장인들이 금요일만 되면 집이 있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대부분 빠져나가 도시가 텅 비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한 삼겹살 가게에는 사장과 종업원 두 명만이 테이블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가게 종업원 이모(25) 씨는 "여기는 외딴 섬이라 보면 된다. 금요일 오후면 관광버스 10대 정도가 직원들을 태우고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5개월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 장사는 이미 포기했다"고 했다.
'불금'의 대명사인 치킨과 맥주를 판매하는 가게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30) 씨는 "가게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말 장사가 걱정이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혁신도시 직원들이 평일에 상주하는 아파트나 빌라 등도 주말만 되면 불 꺼진 단지가 된다.
단지 내를 돌아다니는 주민은 거의 없었고 350여 가구가 있는 한 아파트에는 불 켜진 집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모(68) 씨는 "주말에는 아파트가 텅텅 비어 택배를 찾아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들조차 없다. 주말에는 단지 내 순찰을 하는 것 외엔 거의 할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단지 주민 이소정(24) 씨도 "주말에는 아파트 내 주차장에 차량은 가득한데 단지 내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주민이 너무 없어 밖에 다니기 무서울 때가 많다"고 했다.
신서혁신도시에는 지난해 9월 한국감정원(직원 367명)을 시작으로 한국가스공사(848명), 신용보증기금(740명), 한국감정원(367명) 등 8개 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대구시에 따르면 8개 기관의 혁신도시 상주 직원 수는 2천6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70~80%는 수도권에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이주한 '1인 가구'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사 때마다 수치가 다소 차이가 나지만 평균적으로 10명 중 7, 8명은 단신 부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내 편의점이나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상품들도 나 홀로 가구가 대부분인 이곳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편의점 주인 이용훈(45) 씨는 "간편하게 데워먹는 음식이나 맥주 두 캔 정도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송성호(34) 씨도 "주로 사가는 물건을 보면 대학가 자취생들이 사갈 만한 물건들이다"고 했다.
혁신도시 기관 직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교 등 교육시설과 편의시설 부족 등을 가장 먼저 꼽는다.
5개월간의 기러기 생활을 접고 최근 혁신도시 내 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한 공공기관 직원 김모(37) 씨는 "가족들을 데리고 내려오기까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간 아내와 협의 끝에 겨우 설득해 같이 내려오게 됐다. 하지만 아직 학교나 편의시설 등이 부족해 주말에는 혁신도시가 아닌 동구 율하동 같은 다른 번화가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는 혁신도시 내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대구에 이주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지역정착금이나 출산축하금 등 다양한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등 대중교통과 함께 교육 인프라 확장에 신경 쓰고 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각각 1곳씩 건립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건립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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