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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철강…좋아지겠지(재작년)…버텨보자(작년)…죽었다(올해)…

내륙 최대의 수출도시인 구미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역 경제인들은 미래가 암울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 DB(사진 오른쪽)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과 씨름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내륙 최대의 수출도시인 구미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역 경제인들은 미래가 암울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 DB(사진 오른쪽)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과 씨름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구미 부도 공장들 법원 경매로

내륙 최대 수출도시 구미공단의 경기 하락세가 심각하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가동률은 뚝 떨어졌고, 수출 실적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소기업들은 주문 물량 감소 등으로 극심한 영업 부진을 호소하며, 올 초부터 부도난 공장들이 법원 경매 물건으로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구미공단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목소리마저 내놓고 있다.

구미산단의 입주 기업체 수는 2천10개 사(2014년 말 기준). 가동률은 2011년 84.2%, 2012년 81.2%, 2013년 69.3%, 지난해 말 70.6%로 하향세가 심각하다.

지난해뿐 아니라 올 1월 수출 실적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며 흑자폭도 대폭 줄었다. 전국 대비 수출 비중도 2005년 10.7%에서 9.4%(2007년), 8%(2009년), 6.0%(2010년), 5.6%(2014년)로 추락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주문물량 감소가 워낙 심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도 직전이라며 아우성이다. 전자부품업체 일을 해야 할 중소기업들이 일감 부족으로 대구 등지의 자동차부품 단순조립 물량을 공급받아 '연명'하는 기업이 200~300개 사에 이른다.

구미산단 내 전자부품업체 A사 대표는 "경기 부진과 주문 물량 감소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 공장을 놀릴 수 없어 자동차부품 단순조립 물량을 긴급 조달받아 공장을 겨우 돌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 B사 한 관계자는 "단순조립 물량을 수주받기 위해 회사를 찾아오는 구미공단 내 중소기업 CEO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대기업 단순 하청구조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생산 비중 및 투자 감소로 영업 부진이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물가하락 여파로 인한 피해를 절감하고 있다. 투자와 구매 수요가 줄어 수익도 반 토막 났다. 자동화 장비업체 한 대표는 "기존 거래하던 대기업 납품량이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줄었고, 지역 기업은 거래를 끊다시피 했다"며 "지난해 알고 지내던 기업체 중 상당수가 도산했다. 우리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그저 막막하다"고 했다.

한편 최근 법원 경매에 신청된 구미지역의 중소기업은 5개 사, 김천공단은 1개 사가 발생했다. 구미공단 중소기업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구미지역 경제 전문가 및 경제지원 기관단체들은 "삼성'LG 등 구미공단 리딩기업들의 생산 비중 감소로 중소 협력업체에 미치는 역할 등이 예전 같지 않다. 나아질 전망마저 불투명해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미 이창희 기자lch888@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포항 경영개선 위해 인원 감축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북 동해안의 경기는 정말이지 심상치 않습니다."

포항항을 드나드는 물류를 가장 먼저 만나는 경북항운노조 한 노조원은 물동량 감소로 평소 급여의 20%를 가위질당했다며 답답해했다. 분양받은 아파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급여 정체가 계속되고, 금리가 인상되면 집을 팔아치울 계획이라고 했다.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이 경영개선을 위해 최후의 칼(구조조정)을 빼들면서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와 하청업체들이 극단적 대책까지 고려하고 있다. 바로 감원이다. 물량이 대폭 준 상황에서 현재처럼 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포항철강공단 한 기업인은 "재작년만 해도 '곧 좋아지겠지' 했고, 작년엔 '어떻게든 버텨보자' 싶었다. 하지만 올해는 '죽었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 정도로 어렵다"며 "현재 포항지역 산업구조를 봤을 때 포스코만 바라봐야 해 더욱 답답하다"고 했다.

포스코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후 '철강본원 경쟁력 회복'에 주력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수익 개선이 쉽잖다.

권 회장은 고급 자동차강판'에너지강재 등에 집중해 지난해 영업이익을 3조원대로 끌어올렸지만, 전성기 시절의 70% 선에 불과하다. 비효율적인 운영을 줄인다며 허리띠를 졸라맨 탓에 지역기업들은 '포스코가 딱 연명할 만큼만 돈을 준다'며 배고픔을 호소한다.

포항세관도 올해 1월 지역 수출입동향 분석자료를 통해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2.5% 줄어든 6억7천500만달러, 수입은 22.3% 감소한 7억4천700만달러로 집계했다. 1월 무역수지는 지난해 1월 대비 수출'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7천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앞으로 철강'금속제품 수출 감소와 중국 저가제품 수출 공세가 이어질 경우 무역수지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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