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물간 빌딩 다듬어 알뜰살뜰 '리모델링 붐'

저금리 기조에 길잃은 뭉칫돈, 도심건물 사들여 잇따라 '성형'

'한물간' 상가 건물이나 사무실 등을 싼 가격에 사들인 후 리모델링하는 투자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상업용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데다 장기 디플레이션 경기 우려 속에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선호하는 투자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건물 리모델링 등을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투자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구 수성구 교보빌딩과 대구역 앞 옛 대우빌딩이 리모델링 중이다. 교보빌딩의 경우 지난해부터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 사무실 빌딩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20여 년째 교보빌딩을 임차해 사옥으로 사용했던 ㈜서한이 새 사옥을 짓기도 했다.

대구역 앞 랜드마크였던 옛 대우빌딩(지하 4층, 지상 15층)도 리모델링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 임대 빌딩에서 3분의 1가량을 상업시설이 갖춰진 판매 매장으로 채운다.

대우빌딩은 2010년 3월과 9월 증축 및 용도변경허가를 거쳐 지난해 10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계획안을 보면 4층까지 판매시설이 입점하고 나머지 건물은 관공서'민간 사무실 등으로 사용된다. 건물 외관은 그대로 유지된다.

크고 작은 건물의 리모델링도 많다.

특히 중구의 경우 대구 리모델링의 진원지로 통할 정도로 크고 작은 건물에서 망치질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2011년 반월당에 현대백화점 개점 이후 동성로 상권이 월경하면서 약재상들이 속속 옷가게, 액세서리가게, 미용실, 식당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서다.

중구청에 따르면 2013년 10건이던 중구 상업용 건물 리모델링 건수는 지난해 14건으로 늘었다. 중구청 건축과 대수선 담당은 "건물의 용도변경이나 대규모 수선 등은 구청에 신고되지만 단순히 벽을 허물고 도색을 새로 하는 작업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며 "이런 작은 공사까지 치면 상업용 건물의 수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건물 대수선 붐이 일면서 과거 성공 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중구의 호수빌딩(옛 현대생명 빌딩), 노보텔, 엘디스리젠트호텔(옛 동산호텔), MMC만경관, 지오다노, 보람빌딩, 수성구의 캘리포니아와우휘트니스센터 등은 지역의 대표적인 리모델링 성공 사례다.

우리들병원은 2005년 190여억원에 옛 현대생명 빌딩을 낙찰받아 새 단장한 뒤 2007년 문을 열었다. 엘디스리젠트호텔은 2001년 경기도에서 정보통신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가 매입했고 현재 전국 최대 규모의 메디텔로 변신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 연면적 1만1천570여㎡의 건물로 신축돼 병원 및 뷰티 등 의료관광 관련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대구 리모델링협회 측은 "저금리 기조와 장기 디플레이션 경기 우려 속에 큰손들이 건물 리모델링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며 "당분간 상업용 건물의 변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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