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요즘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가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다. 자신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지나치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 괜찮은데 나만, 우리 회사만 어려운가 착각이 들 정도다.
뉴스를 보면 우리 경제는 분명히 연평균 3% 이상씩 성장한다. 무역수지 흑자 폭도 유례없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져만 간다.
전통시장에서 아동복을 팔고 있는 김성철(가명) 씨는 지난 설날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설 대목에 대비해 판매물량을 50% 이상 더 확보했지만 모두 재고로 남아버렸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으면 거짓말한다고 할 정도다. 김 씨는 "똑똑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절 대목을 느끼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숨지었다.
하지만 정부는 2월 말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장담했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다 소비심리도 조금씩 살아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저유가(공급 측면)에 따른 저물가 상황이라 크게 우려할 것은 없으며 오히려 저물가는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인터넷'모바일 쇼핑과 텔레비전 홈쇼핑 시장의 성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의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정부 수치와 서민들의 체감경기 사이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2년 전 은행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이상진(가명) 씨는 요즘 매일 아내의 바가지에 시달린다. 자녀교육비, 공공요금 등은 크게 오른 반면 이 씨의 월급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씨의 부인은 집을 사면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옷 한 번 제대로 살 돈이 없다며 백화점에 간 기억도 가물가물하다는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달 말 '가계부채는 현재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이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지고 있으며 담보 능력도 충분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모두 1천89조원에 달하며 가구당 평균 5천994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에 대한 양적 평가뿐만 아니라 질적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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