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4년간 박봉 쪼개 선행…영덕교육청 운전적 근무 이상희 씨

운동부 아이들과 공도 차고 결식아동엔 간식도 챙겨줘

영덕교육청 이상희 씨가 활짝 웃고 있다. 그의 표정과 웃음에 봉사의 넉넉함이 녹아 있다. 김대호 기자
영덕교육청 이상희 씨가 활짝 웃고 있다. 그의 표정과 웃음에 봉사의 넉넉함이 녹아 있다. 김대호 기자

그는 아이들, 어르신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뭔가를 해주고 싶다. 화재로 어려운 이웃에겐 이불을 주고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선 난방 연료를 기증한다. 어버이날이면 마을회관 경로당을 찾아다니면 주류'음료를 대접하고, 보육원에 매달 일정액의 기부금을 내며, 초등학교 운동부 아이들의 운동을 물심양면으로 돕기도 한다. 배드민턴을 열심히 배워 동우회 회원들을 무료지도하며 주머니를 털어 라켓'셔틀콕을 지원한다.

그는 부자는 아니지만, 마음만은 누구 부럽지 않은 부자이다. 영덕교육청에서 운전직으로 24년여 간 근무하면서 생활 속 수많은 선행으로 귀감이 되고 있는 이상희(54'영덕군 영해면) 씨가 미담의 주인공이다. 영덕군에서 안동 방면 산골 마을인 지품면 삼화리에서 10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 씨의 선행과 봉사의 원동력은 어릴 적 자신을 포함해 상당수 사람이 경험했던 배고픔과 가난이다.

"급식 빵을 챙겨 배고픈 동생에게 갖다 주고 이를 맛있게 먹는 동생을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영덕중학교로 유학을 와서도 땔감 장사를 하며 부모님을 도와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 씨가 지금 근무하는 창수초교 인천분교장에는 결손가정 아동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다. 특히 이런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간식을 챙기거나 함께 축구도 하고 놀아 주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몇 년 전 영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이 씨를 지켜봤던 학부모 김모(51'영덕군 영해면 성내리) 씨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던 이 씨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름은 정확하게 몰라도 초등학생들과 천진난만하게 공을 차면서 돌봐주던 아저씨를 많은 학부모들이 흐뭇하게 지켜봤었다. 그런 분이라면 당연히 칭찬받아야 한다. 정말 신문에 실릴 만한 분이다."

이 씨는 박봉을 쪼개 선행을 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평일이면 아이들을, 주말이면 어르신들을 챙긴다.

"집사람도 이런 저에게 불평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어르신들을 모시듯이 연로하신 장인'장모님께 정성을 하는 것으로 제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집사람도 저를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봉사가 취미이고 생활인 듯 보였다.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닌 이 씨가 이렇게 봉사를 수십 년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직에 들어오기 전 저는 주유소 배달차 운전을 했죠. 벌이도 괜찮았는데 당시 보수가 더 작은 교육청의 운전직 모집에 응시해 합격했습니다. 나 자신만이 아닌 여러 사람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공직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지금도 제 선택이 자랑스럽습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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