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합장' 연봉 1억+인사권+α…특권 줄여야 불법 끝낸다

연봉 맞먹는 업무추진비, 수십억 교육지원비 재량 계약직 신규채용도 자유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대학생 공명선거 서포터스가 과열, 혼탁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청도군 화양읍 복숭아밭에서 조합원들에게 홍보 책자 등을 배부하며 깨끗한 선거를 홍보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대학생 공명선거 서포터스가 과열, 혼탁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청도군 화양읍 복숭아밭에서 조합원들에게 홍보 책자 등을 배부하며 깨끗한 선거를 홍보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조합장선거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유는 '조합장'이라는 자리에 걸려 있는 지나친 특권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돈을 많이 쓸 수 있고, 인사권까지 휘두를 수 있는 등 겉보기보다 너무 많은 권한이 조합장에게 부여돼 있다는 것이다.

조합을 오래 봐온 전문가들은 이제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조합장(長)을 농'산'어촌 주민들의 힘으로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조합장에 대한 과도한 권한'혜택 부여가 조합장 선거를 각종 불'탈법으로 만연하게 하는 등 혼탁선거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조합장 자리는 자치단체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해 과도한 권한에 대한 축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다.

임기 4년의 조합장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이 때문에 조합장 선거에서 검은돈을 물 쓰듯 뿌려가며 당선에 목을 맨다.

경북농협 권태한 회원지원단장은 "소수의 비상임조합장은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임조합장 경우 회사의 CEO와 같은 권한을 가진다"고 말했다.

일단 조합 규모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웃도는 연봉을 받는다. 여기에다 연봉과 맞먹는 업무추진비를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각종 명목의 업무추진비는 중앙회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지원비로, 규모가 큰 조합은 수십억원을 조합장이 떡 주무르듯 한다. 또 교육, 홍보활동 등 지도사업비도 일정 부분은 조합장이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조합장의 파워를 높이는 것은 인사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위사무소 업무 분장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쩔쩔맬 수밖에 없다. 또 정규직 채용은 쉽지 않지만 2년 이하 계약직이나 기능직 파트타임 신규 채용은 조합장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조합장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자체기구는 총회(대의원회)와 이사회를 통한 의결이 있지만, 이마저도 조합장이 총회'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결국 중앙회 내부감사를 통해 조합장의 부정비리를 걷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직 조합장은 "중앙회도 전국 조합장들의 눈치를 본다. 중앙회 회장 선거권을 조합원 중에서 선출한 대의원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중앙회에서 이들 조합장을 '특별히' 모실 수밖에 없어 사후약방문이 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합장의 권한과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경북도연합회 김말경 사무국장은 "금권선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조합장 선거방식을 확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과열경쟁이 조합장의 화려한 각종 혜택에서 나오는 만큼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최창훈 사무처장은 "가장 큰 문제점은 조합 운영시스템이 조합장과 직원들만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다는 것"이라면서 "조합원들이 조합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형식적인 절차만 있을 뿐 실질적인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사무처장은 "조합 대의원들조차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조합원들도 조합에 거의 무관심하다"며 "대의원과 감사, 조합원들이 조합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장에 대한 조합의 주체인 조합원들의 강력한 감시와 견제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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