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합동유세도 없는 '깜깜이 선거', 지나친 제약이 '돈선거' 불렀다

명함·문자로만 후보 홍보, 현직 조합장 절대적 우위…정책대결 안 돼 흑색선거

조합장선거가 사상 처음으로 11일 전국에서 같은 날 동시에 실시된다.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 등 공직선거처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일괄 관리해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선거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동시선거 방식이 도입됐다.

1989년부터 단위조합장을 조합원들의 손으로 뽑도록 하자는 취지에 따라 직선제로 치러졌지만, 그동안 비리와 부정선거로 얼룩지는 등 고질적인 불'탈법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494곳에서 조합장선거를 진행한 2010년의 경우 불법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872명이 입건됐고 26명이 구속됐다. 20곳이 선거를 치른 지난해에는 76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탈법을 막자고 조합장선거를 전국동시선거로 급선회했지만 금품과 식사제공 등 부정선거운동과 무자격 조합원을 둘러싼 논란 등 혼탁 양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현재까지 전국조합장선거와 관련해 기부행위 등 위반행위 67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196건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했고, 479건에 대해서는 당사자에게 경고 조치 등을 내렸다. 유형별로는 기부행위 등 262건, 문자메시지 이용 109건, 인쇄물 관련 98건, 허위사실 공표 18건, 비방'흑색선전 7건 등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불거진 '깜깜이 선거' 논란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새로 나온 후보자가 자신을 전혀 알릴 길이 없는 등 선거제도가 현직에 너무 유리하게 짜여 있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최창훈 사무처장은 "현재의 조합장선거 시스템으로는 현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새로 나온 후보자 경우 자신의 정책을 알릴 길이 문자메시지나 명함 돌리는 것 외엔 없다"면서 "과거 조합장선거에서는 후보자끼리 합의가 되면 합동유세도 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완전히 사라졌다. 합동유세나 토론회가 어렵다면 적어도 대의원 총회 자리에서라도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정책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자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이호중 사무국장은 "합동연설회 등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식이 전혀 도입이 안 된 것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문제"라면서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거운동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사무국장은 "돈 선거를 막자고 도입한 동시조합장선거 제도가 과도한 제약 때문에 조합원들의 알권리까지 침해하면서 오히려 돈선거를 조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며 "합동토론회 실시 등 정책선거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무자격 조합원이 선거인 명부에 등재되는 등 명부 관리 허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고 있다.

이 밖에 횡령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조합장이라도 약 5년 후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고, 후보자 전과기록 공개 의무가 없는 점들도 보완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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