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신분당선엔 '양재시민의 숲(매헌)역'이란 다소 긴 이름의 역이 있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의 '양재시민의 숲'에서 따 지었다. 그런데 괄호 안에 '매헌'이라는 낱말이 함께 쓰여 있다. 이는 시민의 숲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호인 '매헌'(梅軒)을 딴 '매헌기념관'이 있어서다. 사람들은 역명으로 자연스럽게 '매헌'과 역 옆의 매헌기념관에 관심을 두고, 독립운동 하다 짧은 삶을 마친 그를 기리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는 서울의 많은 지하철 역 가운데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 신분당선이 연장되는 경기도 용인의 4곳 역명에도 최근 뛰어난 옛 인물의 이름을 함께 붙이는 일이 추진돼 관심이다. 특히 4명 가운데 2명은 경북이 고향인 인물이다. 국토교통부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용인시가 예정한 4곳 역명은 동천역, 수지구청역, 성복역, 상현역 또는 상현광교역이다. 여기에 병기하려는 역명은 각각 '정무역'과 '포은역', '충양역', '정암역'이다.
정무역은 병자호란(1636년) 때 활동한 최진립 장군의 시호인 정무공(貞武公)에서 땄다. 포은(圃隱)은 조선 개국에 반대한 정몽주의 호다. 충양역 역시 병자호란 때 공을 세운 김준룡 장군의 시호 충양공(忠襄公)에서 비롯했다. 정암(靜菴)은 조선 유학자인 조광조의 호다. 이들이 용인의 지하철 역이름 병기 인물로 선정, 추진되는 것은 용인과의 인연 때문이다.
300년이 넘는 경주 최 부잣집 첫 기초를 다진 최진립은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벌였고 청백리 무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병자호란 때는 69세의 노구에도 상관과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인 험천 전투에 앞장서 장렬히 순국했다. 개성에서 삶을 마친 포은은 고향인 경북 영일로 묘를 옮기던 중 바람에 만장이 떨어지는 인연으로 용인에 안장됐다.
병자호란 당시 전라병사였던 김준룡은 청군과의 용인 수지 광교산 전투에서 대승했다. 조광조는 점필재 김종직의 제자인 한훤당 김굉필의 학문을 배우고 김종직의 학풍을 이었다. 관직에 올라 왕도정치를 펼치다 죽음을 맞아 용인에 묻혔고 용인 심곡서원에 제향됐다.
역이름 병기활동을 시작한 정암학회 진용옥 회장은 "네 분을 기리는 역이름을 갖게 되면 용인을 충절의 도시로 알리는데 도움될 것"이라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도시 알리기에도 좋겠지만 매헌역처럼 역명만으로도 선현을 기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년 2월 개통에 앞서 선보일 역이름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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