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암벽등반을 즐겨보자

실내암벽장

필자가 처음 등반을 할 때에도 실내암벽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실내암벽장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산악 인구가 늘어난 점이 실내암벽장의 수를 늘린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최근엔 산에 가서 자연암벽을 등반하지 않고, 실내암벽(혹은 인공외벽)만을 순수하게 즐기는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인층이 생긴 것 또한 클라이밍 동호인 수가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실내암벽은 말 그대로 실내에 인공적으로 설치된 암벽장을 오르는 활동이다. 보통 나무로 된 합판이나 FRP수지(유리섬유로 강화시킨 플라스틱 종류)에 자연의 바위를 흉내 내 만든 크고 작은 홀드(합성수지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를 부착시켜서 등반코스로 만들어 손잡이를 발판삼아 오르내리게 해 놓았다. 똑같은 홀드를 평이하게 붙여놓으면 재미도 덜하고, 난이도 조절과 운동 효과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과 색깔까지 다양한 여러 홀드를 잡는 방향과 간격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난이도를 쉽거나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각각의 코스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은 개인의 신체조건, 실력이나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 각자 다양한 자세와 페이스 조절로 풀어나가는 것이 암벽등반의 묘미이다. 이런 암벽등반을 즐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가장 중요한 건강한 신체이며 장비로는 암벽화, 초크백 정도다.

흔히 암벽등반은 팔 힘이 엄청나야 한다거나, 여자는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암벽등반 동호인 중에는 소위 '아줌마' 들이 많다. 생각하는 만큼 전문적인 사람들이 하는 특이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끈기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좌절을 맛보기 쉬운 스포츠 또한 암벽등반이다. 여기에는 건장한 젊은 남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실내암벽장을 방문한 젊고 체격이 좋은 남자들은 힘도 좋은데다 운동에 자신감이 있어 어려운 코스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자신감은 이내 기술 부족으로 꺾이고 만다.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풀이 죽어, '생각보다 어려운 운동이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때, 똑같은 코스를 몇 달 이상 운동을 한 초등학생, 아줌마,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어렵지 않게 왕복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큰 낙심,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진다.

이런 자책마저 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분명히 내가 훨씬 더 젊고, 힘도 세고, 팔다리도 길고, 몸도 가벼운데, 왜 조그만 초등학생, 통통한 아줌마, 노인보다도 못한 실력인가.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나."

암벽등반은 그만큼 경험과 꾸준함에서 축적된 체력과 몸과 머릿속에 각인된 자세들, 유연함과 노련함의 정도에 따라 실력이 결정되는 스포츠이다.

자! 이제 한 번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실내암벽장으로 들어와 처음 암벽화를 신고, 손이 하얗게 되도록 초크(탄산마그네슘 성분의 흰색가루'홀드를 잡을 때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바른 후 등반을 한다)를 바른다. 벽은 수직의 기울기부터 시작해서 바닥과 수평한 천장까지, 다양한 기울기가 있다. 초보자는 가장 쉬운 수직의 벽에 매달려 보도록 하자.

보기에도 잡기 쉽고, 큼직한 구멍이 깊게 푹 파진 홀드를 골라잡아 가면서 옆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마치 긴팔원숭이가 나무를 타듯 만세 자세를 취한다. 그렇게 며칠간 홀드를 잡는 법, 벽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한다. 보통 이 과정이 제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멋지게 스파이더맨처럼 천장도 왔다갔다하기도 하고, 재밌게 문제도 푼다. 하지만 초보자는 재미없게 옆으로만 왔다갔다하고, 심지어는 그것마저 힘들다. 조금만 더 인내해 보자. 이 시기만 지나면 몸에 요령도 생기고, 팔다리에 힘도 붙고, 자주 마주치는 다른 동호인들과도 친해진다. 이때부터 진정한 암벽등반의 매력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센터에는 보통 다양한 색의 스티커나 접착테이프에 순서대로 숫자를 적어서 홀드 근처에 붙여 놓는 경우가 많다. 벽에는 무수히 많은 홀드가 있기때문에, 쉬운 것만 잡고, 밟아서는 운동과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물론 재미도 없다.

그래서 그중에 특정한 것만 지정해서 잡고, 밟기 위해 테이프로 홀드의 순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룰을 정해 놓은 것이다. 이 순서에 따라 코스를 따라가는 것을 '문제를 푼다' 라고 한다. 시험을 칠 때 문제를 풀 듯, 벽에 매달려서도 다음 홀드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팔을 뻗어야 하는지, 발은 어디를 밟아야 하는지, 몸의 균형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고, 푸는 모습들은 사뭇 진지하다.

필자 또한 이런 문제풀이를 좋아하는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필자의 경우는 개수가 적으면서 머리를 잘 써야 하는 밸런스가 어려운 문제를 좋아하는 편이다. 독자들 또한 제각각의 스타일과 취향이 있을 것이다.

뭔가 일상이 지루하고 색다른 도전을 꿈꾸는 동호동락 독자라면, 오늘이라도 가까운 실내암벽장을 찾아보자. 맘껏 스트레스를 풀고, 아드레날린도 분출될 것이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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