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은퇴] 100세 시대, 정말인가요?

◇고민=조만간 회사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중년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워낙 많이 은퇴하고 있어서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국민연금만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아직도 몇 년 더 있어야 탈 수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기대수명이 100세가 넘는 장수시대가 온다는데 정말인지 궁금합니다. 노후생활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겁이 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평균수명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며 외국에서는 장수시대의 노후준비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요? 도움이 되는 말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법=많은 사람들이 세 장수시대가 열렸다고 하면 반가워하기보다는 공포에 질립니다. 노후자금이 부족하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장수시대는 축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후준비를 할 때 자신의 수명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를 보면, 우리나라 50세 남성의 예상수명은 80.6세, 여성은 86.3세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매년 2, 3개월씩 수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60년쯤에는 남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여성은 90.3세로 수명이 늘어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현재 50, 60대인 베이비부머들은 남성은 약 90세 전후, 여성은 95세 전후를 산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충분하게 자신의 수명을 넉넉하게 가정하고, 노후설계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자신의 기대수명을 추정해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기대수명을 넉넉하게 길게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정한 기대수명보다 더 생존하면 장수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장수위험이란 오래 사는 위험이 아니라, 예상한 수명보다 더 사는 위험을 뜻합니다.

잘 세운 노후설계란 장수위험이 크지 않도록 노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을 알 수 없으니 기대수명을 약간 넉넉하게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점은 건강수명이라는 개념입니다. 평균수명이 '사람이 태어나서 그냥 생존하는 기간'을 가리킨다면, 건강수명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을 말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남성은 약 10년, 여성은 약 15년간 노환이나 질병에 시달리는 건강하지 못한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 국민들의 경우 노후에 10%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아간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의 수명은 세계 상위권으로 길지만, 건강하지 못한 수명이 급증하고 있어서 삶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건강하지 못한 기간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노후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신과 가족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하지 못한 기간 동안 어디서 누구의 도움으로 간병을 받을 것이며, 그때 소요되는 비용과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준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80% 정도는 평소 거주하던 집에서 부인의 간병을 받으며 보낸다고 합니다. 부부생활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빛을 내는 시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서로 간병을 해주며, 평생의 반려자가 되는 모습이 노후생활의 멋진 모습이 될 것입니다.

유병 장수하는 시대를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자신은 그렇게 아프기 전에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장수시대를 살아갈 구체적인 준비와 마음의 대비가 부족하면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외국에서는 50대 이후 계속해서 행복도가 상승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질병, 재산의 고갈, 외로움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간병기를 직시하는 준비를 시작합시다.

노후의 생활상을 요약해 보면 우리의 은퇴 후 삶은 대략 다섯 단계로 흘러갑니다.

첫 번째 단계로는 은퇴 직후부터 70대 후반까지의 시기로 건강하고 사회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활동기'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로는 70대 후반쯤 고령으로 체력은 하락하지만 여전히 건강한 상태인 '회고기'를 맞이합니다. 대외 활동량을 줄이고 가정을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차분하게 인생을 돌이켜보는 시기라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평균수명이 부인보다 짧은 남편이 노환이나 암과 같은 질병에 걸려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기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네 번째 단계는 여성의 경우에 해당됩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이 사망하고 난 후 약 10여 년을 더 생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 사별 후 '부인이 혼자 생활하는 기간'이 열립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부인 역시 암, 치매, 노환과 같이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간병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오게 됩니다. 이렇게 다섯 단계별로 삶의 형태가 달라지고, 그에 맞춰 주거환경, 삶의 주된 활동 분야, 관심사, 생활비와 의료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은퇴 후 삶의 단계를 잘 이해해야 은퇴설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우재룡(사단법인 한국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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