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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동네 뒷산이 최고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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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대한 평가에 관한 한 서산대사의 4산평(四山評)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는 전국의 명산을 모두 섭렵했을 만큼 도력(道力) 못지않게 산행 내공도 뛰어난 분이었다.

대사는 산의 웅장함과 수려함을 구분하여 장이불수(壯而不秀'웅장하기는 하나 수려하지 않고), 수이부장(秀而不壯'수려하기는 하나 웅장하지 않고), 부장불수(不壯不秀'웅장하지도 수려하지도 않고), 장이수(壯而秀'웅장하기도 하고 수려하기도 함)로 구분했다.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나 수려하지 않고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나 웅장하지 않다고 했으니 '수장(秀壯) 미덕'을 모두 갖춘 산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7년 전 전국의 100대 명산 종주에 나선 적이 있다. 월 2, 3회씩 출정에 나서 최남단 해남 두륜산에서 3'8선을 넘어 화천 화악산까지 일주하는데 꼬박 3년 3개월이 걸렸다.

출정이 힘든 강원도 오지 산은 2, 3일씩 머무르며 공략하기도 하고 중부권 저산지대선 급한 마음에 근처의 산을 묶어 하루에 '더블 헤더'를 뛰기도 했다. 대부분 산행을 혼자 하다 보니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등산로를 잘못 찾아드는 '알바'는 애교 수준이었고 혼자 지리산 종주 도중 저체온증이 찾아와 위험한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조령산 암벽 등반 중에 입은 근육, 인대 손상은 지금도 훈장처럼 어깨에 남아 있다.

산행 중에 무림의 고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이름하여 '천산대학'(千山大學'1000산 종주자) 졸업생들이었다. 3천 산을 종주했다는 분도 만났다.

이분들의 산행 방식은 더 극성스러웠다. 5, 6명이 한 지역을 정한 후 그 지역 산을 모두 섭렵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아마도 이분들은 지금도 미답지를 찾아 전국을 헤매고 계실 것이다.

벌써 봄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산이다. 지금 봄 산은 꽃들의 계주(繼走)로 바쁘다. 동백을 선두로 진달래, 매화, 산수유가 릴레이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 곧 봄을 '뚝뚝 떨어뜨리려' 모란이 상륙을 서두를 것이다. 산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떤 산이 제일 좋으냐는 것이다. 이때처럼 난감할 때가 없다. 산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거니와 계절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좋은 산은 쉽게 갈 수 있는 산이다. 집 근처 30여 분 거리에 산을 끼고 있다면 그 자체로도 큰 축복이다. 100대 명산보다는 지역 200산이 더 좋고 지역 200산보다는 매일 오르는 동네 산이 훨씬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 나들이 철이 시작됐다. 주말엔 등산화 끈을 고쳐 매고 스틱의 녹도 닦아주자.

십일홍(十日紅) 시효가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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