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람들이 떠났던 빈자리에 또 다른 사람들이 둥지를 튼다. 살고 싶어 돌아오는 사람들, 보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 쉬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로 매일매일 북적거린다. 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들의 삶의 공간을 다듬고 만들어 간다. 그들은 오랜 지역의 문화와 자기들의 문화를 삶의 터전에 고스란히 입힌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역사가 되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
안동시를 비롯한 북부지역 지자체들이 본격 경북 신도청시대를 앞두고 구 도심의 공동화를 방지하고, 인구와 경제 유출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도심재생 사업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는 3개 권역별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영주시는 지난해 선도지역 선정 이후 3곳을 대상으로 문화시장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도청이 들어서는 인근 예천군도 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역사·문화 기반형 도시재생
안동시는 경북도청이 올 하반기 이전해 오고 잇따라 경북경찰청과 경북도교육청 등 기관'단체들의 신도시 입주, 아파트와 주택'상가 건립 등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신도시 활성화에 대비 구 도심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시장과 신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업 중심 재생', 중구동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중심 재생', 용상동 '주거 중심 재생' 등 3개 권역별 도시재생 사업인 '역사문화 기반형 정신문화수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동 도시재생의 중심은 중구동 일대 19만2천280㎡ 규모 지역이다. 이곳은 안동 삼태사묘와 고려 관아터인 웅부공원, 부신목 등 고려 역사'문화 자원이 남아있거나 문화공원과 한옥마을, 벽화마을, 안동영상미디어센터,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등 안동의 문화중심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안동시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경북도 중심지로 상징성을 회복하고, 창조 도시공간 조성으로 도심상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주민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체제 구축을 통한 '역사'문화형 도시재생 선도모델'로 가꾼다는 각오다.
태사묘 인근에는 '태사로 특화거리'를 조성해 지역문화유산과 주요거리'골목길을 산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놋다리 테마거리'를 만들어 놋다리 조형물을 만들고 놋다리밟기의 상징성을 더하며, '쌈지공원' 3곳을 만들어 특화거리로 만든다.
또, 13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옥정동 일대를 '한옥 특화단지'로 탈바꿈시킨다. 한옥 빈방을 개보수해 게스트 룸으로 꾸미고, 한옥 공'폐가를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함께 공부하고 교육할 수 있는 다목적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한다. 이곳은 한옥 유스호스텔, 한옥 전시관, 역사관으로 변신한다.
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촌 운영을 위해 사회적 기업 형태의 '주민 운영회' 등 조직을 만들고 게스트 룸 관리'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극대화한다. 주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경제력을 이뤄나가게 된다.
◆한옥과 벽화, 일자리가 있는 도시재생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해 '벽화마을'로 탈바꿈한 안동시 신세동 성진골에는 300여m의 골목길을 따라 산비탈 길을 올라가면 진달래와 자작나무를 그린 벽화가 있다. '복덩이 할머니' '멋쟁이 아저씨' '줄 타는 고양이' '오줌 누는 개' 등 마을 사람들을 그린 벽화와 우스꽝스러운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도심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 최고의 낙후지역이었다. 90여 채 남짓한 단독주택에 230여 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은 날품을 팔거나 희망 근로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이곳이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활력이 넘치고 있다. 마을 곳곳의 공터와 공가를 활용해 주차장과 판매시설을 조성하고, 외지인들이 들어와 카페도 운영하는 등 마을이 바뀌고 있다.
성진골 주진도(70) 이장은 "벽화마을로 알려지면서 주말과 휴일이면 100여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평일에도 하루 평균 40~50명이 찾는 안동지역 대표적 관광명소가 됐다"며 "주민들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는 이 마을에 창업 공방육성촌을 조성해 주진도 이장의 짚풀공예를 확산시켜 소득으로 잇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진골 우물터를 정비하고, 한옥마을과 벽화마을을 잇는 연결 길을 개설해 관광 편의를 높일 생각이다.
안동시는 주민 주체형 사회'경제적 재생 계획의 하나로 주진도 이장이 가지고 있는 짚풀공예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짚풀공예 창조 공방을 육성해 상품을 개발하고, 짚풀공예 강사 육성 아카데미 운영, 지역민과 공예인'지자체가 협력해 짚풀공예 산업화를 위한 창조공방을 조성한다.
김도선 안동시 도시재생 팀장은 "우리 안동은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된 전통도시다. 웅부공원 주변에는 고려문화가 집중돼 있다. 태사묘에는 고려건국, 안중노파의 고삼주이야기, 차전놀이 등이 있으며 고려 후기에는 공민왕과 관련해 놋다리밟기 체험 등을 주제로 스토리텔링해 젊은 층까지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며 "한옥마을에는 전통문화자원인 쌍화점(고려 만두),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계획하고 있다. 성진골 벽화마을에는 벽화와 짚풀공방을 설치해 주민 소득증대로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