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폭력 늘어나는 3월, 괜한 힘자랑·뒷말 주의시켜야

환경변화 잡음 쉽게 생겨 "저 친구가 OO한 아이래" 무리 형성과정 오해 많아

얼마 전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A(15) 군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도 안 돼 학교전담경찰관을 찾았다. 혼자만 끙끙 앓고 있던 고민거리를 털어놓기 위해서다. A군의 활기찬 새 학기를 가로막은 장애물은 같은 반 유급생 B군. A군은 B군의 계속되는 '돈 요구'에 활기차야 할 새 학기 생활이 고통으로 얼룩졌다. A군은 '학교 일진'인 B군에게 폭행을 당할까 봐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B군이 요구할 때마다 1만원을 줘야 했다.

새 학년을 맞은 초'중'고교가 '학교폭력' 공포에 떨고 있다.

학기 초에 학급 내 서열을 정하려는 학생 간 다툼이 빈번해지고,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3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학교폭력과 관련된 상담과 신고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3월 신고 건수는 589건으로 2013년 한 달 평균 신고 건수(362건)보다 62.7%나 많았고 지난해 3월 신고 건수도 330건으로 지난해 평균 신고건수(304건)를 웃돌았다.

학교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과거 들춰내기'나 '심부름시키기' 등 심리적 폭력도 학생들이 크게 두려워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B(14) 양은 학기를 시작하자마자 학교 가기가 무섭다. 초등학교 때 이성친구와 찍은 사진이 유포된 적이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한 급우가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들춰낸 것이다. B양에게는 정말 숨기고 싶은 사건이었기에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고 현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학급이나 학우 등 바뀐 환경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과거에 겪었던 '집단따돌림' 등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되풀이될까 봐 두려움에 떠는 것이다. C군은 중학교 1학년 때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집단따돌림을 당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 특히 학교에서의 트라우마가 C군의 가족들에게까지 번졌고 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C군의 부모는 최근 학교전담경찰관을 찾아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놓았고 현재 도움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을 둔 임정수(42'수성구) 씨는 "새로운 환경에 아들이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매 학기 걱정이다. 아이가 무심코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는 아침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 대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은 "3월에는 1년간 함께 다닐 무리가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학생들이 느끼는 초조함이 1년 중 가장 심할 때다. 학교폭력이 아니더라도 이맘때는 학우 관계에서 오는 사소한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상담 전화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예방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넘어 서로 진심으로 화해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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