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둥지 튼 사람들' 시리즈는 취지에 딱 적격인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를 만났다. 이 인터뷰이는 2005년 말에 대구에 정착해서 10년 동안 도시의 장점만을 보고자 했고, 대구란 도시도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이 외지인을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한마디로 찰떡궁합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대기업 임원까지 역임하는 등 서울에서도 충분히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 수 있었지만 대구를 여생을 보낼 땅으로 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구라는 도시는 대도시로서 갖출 요소는 다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처럼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울-부산-대전 등 전국 어떤 곳으로든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해 있는 점도 살기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대구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10년 동안 대구의 매력에 쏙 빠져든 주인공 김홍기 한국섬유마케팅센터 본부장을 5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남은 인생, 대구에 공헌하고 싶어요
"35년 동안의 섬유 관련 해외영업 경험을 살리고,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대구를 위해 일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려 합니다."
김 본부장과 대구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후 좋은 일자리를 찾던 중 한국섬유마케팅센터가 문을 열고, 본부장을 공모했다. 여러 후보 중 그보다 이 자리에 더 적격이었던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2006년부터 이 자리를 지키며, 대구의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김 본부장 내외는 큰 망설임 없이 대구행을 선택했다. 두 딸(큰딸은 약사, 작은딸은 전업주부)이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대구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부인 역시 남편의 대구행에 맞장구를 쳤다. 서울 집을 처분하고, 지금은 대구 북구 침산동에 적당한 아파트를 얻었다.
대구는 이런 선택을 한 그에게 기대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주고 있다. 김 본부장 내외는 주말마다 대구시내 및 근교, 때로는 안동'경주 등 경북지역 관광지를 둘러보며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대구경북의 장점에 대해 이런 말도 했다. "서울의 반값으로 훨씬 육질이 좋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을뿐더러 조용히 사색(思索)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아주 좋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대구 홍보대사
김 본부장은 가벼운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는 것이 취미다. 승용차도 잘 타지 않는다. 버스를 전용 리무진으로 여기며 대구 여기저기를 누빈다. 그는 매일 아침 북구 침산공원을 40분 동안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겨울에도 주말이면 북구 동변동에서 출발해 함지산을 거쳐 대백인터빌 아파트로 하산하는 코스 또는 앞산 대덕산에서 출발해 청룡산을 거쳐 월광수변공원으로 하산하는 긴 등산 코스를 즐긴다. 사실 그는 대구를 사랑하는 등산 마니아다. 대구를 둘러싼 산들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용지봉, 팔공산 동봉, 동화사, 비슬산 등 등산 트레킹이 가능한 곳은 거의 다 산행을 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대구는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해 근교의 어떤 산이든지 갈 수 있습니다. 집에서 출발해 등산로 입구까지 30여 분 만에 거의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편리합니다. 상큼한 공기와 정겨운 등산객 등 산을 좋아하는 제게 대구는 신천지입니다."
산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대구 근대골목투어, 동성로, 김광석길, 서문시장 등 서울에서 보지 못했던 아기자기한 시내 관광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두 딸이 대구를 찾았을 때도, 김 본부장 내외는 함께 근대골목투어를 하며 대구를 자랑했다. 서울에서 다른 친구들 부부가 방문할 때도, 대구 시내투어를 인솔하면서, "복잡한 서울에 살 필요가 있느냐. 대구로 오면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한다. 이쯤 되면 대구 홍보대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대구는 의료도시, 건강도 챙겨
김 본부장은 대구가 교통의 요지라는 장점도 있지만 수도권 못지않은 의료도시라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의료도시 대구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명쾌했다. 대구는 대학병원, 전문병원 등 대형 의료시설이 시내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손쉽게 건강검진과 건강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동네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전문병원이 자리 잡고 있어, 사전에 병을 예방 관리할 수 있다.
그는 서울 친구들에게도 자신 있게 말한다. "여유 있고,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대구로 오세요." 실제로 그는 대구 토박이들조차 보지 못하는 대구의 장점을 설명한다.
'대구 사람의 보수적인 성향이 답답하지 않으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얘기했다. "단점을 찾으려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대구에 살면서 하루에 3가지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 대구 사람들의 보수성 또한 알고 보면 오히려 더 깊이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대구를 맑게, 밝게 보려고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은 대구에 대한 무한봉사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와 10년 가까이 일할 수 있는 기회와 행복한 생활을 갖게 해 준 대구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배움의 자세로 살고자 합니다."
경북 인근의 싱싱한 계절과일과 농산물도 대구에 사는 큰 즐거움의 하나다. 김 본부장 내외는 서울에서는 찾아보지 못했던 좋은 농산물에 식단의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값싸고 맛있는 서민적인 식당들을 찾아가는 쏠쏠한 재미도 맛보고 있다. 인터뷰 내내 김 본부장의 표정에는 대구를 향한 무한사랑이 묻어났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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