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도시 미관을 바꿨다. 3호선을 따라 어지럽게 연결돼 있던 전선은 땅속에 묻히고, 전봇대는 뽑혔다. 인근 주택과 상가의 옥상, 광고판 등은 말끔하게 정리됐다. 낡고 어수선했던 도심이 3호선 건설을 기회로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3호선은 이동수단뿐 아니라 대구를 상징하는 '도시디자인'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3호선 따라 바뀐 풍경
대구 수성구 범물동 용지역~지산동 지산역 1.5㎞ 구간. 도로 가운데 자리 잡은 모노레일 교각에 꼬불꼬불 기어가듯 자라는 넝쿨식물이 인상적이다. 모노레일 지나는 소리에 올려다보니 탁 트인 파란 하늘 사이를 가르며 3호선 전동차가 지나간다. 전동차의 그림자가 아지랑이처럼 건물에 비쳤다.
수성못역에서 수성구민운동장역 사이에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이미지를 래핑한 교각 10여 개가 눈길을 끈다. 한 교각에는 단거리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의 뛰는 모습이 새겨져 있고, 다른 교각에는 중국의 육상 스타인 허들 110m의 리우시앙의 모습도 보였다. 신남역과 서문시장역 사이 교각 3곳은 근대골목 투어를 홍보하는 래핑이 설치돼 있었다. '청라언덕 가는 길'이라는 글귀가 눈에 쏙 들어온다.
◆전봇대 뽑고, 교각 꾸미고
2011년까지만 해도 3호선 인근 도로 양쪽에는 전봇대(16m 높이)가 늘어서 있었다. 이 전봇대를 따라 10여m 높이의 하늘은 전깃줄로 어지러웠다. 인도에 늘어서 있었던 전봇대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했다.
3호선을 따라 세워진 전봇대 915개가 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부터다. 3호선 구간 23.95㎞ 가운데 절반인 12.7㎞(북구 팔달교~수성구 관계삼거리)에 걸쳐 전봇대가 철거됐다. 43.2㎞의 전선과 54.2㎞의 통신선이 땅속에 묻혔다. 이에 들어간 비용은 572억원. 이 가운데 시비는 108억원뿐이고, 나머지는 한국전력공사(211억원)와 11개 통신회사(93억원), 국비(163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3호선 모노레일 궤도 빔을 떠받치는 교각은 도시디자인을 접목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로 한가운데 기존에 없던 교각이 세워지면서 미관을 해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이에 시는 교각 미관개선사업을 통해 3호선 교각 692개 중 354개를 새로 단장하고, 하천에 들어선 교각(152개)을 포함해 나머지 338개는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단장되는 교각 가운데 캐롤라인 재스민과 아이비 등 넝쿨식물로 꾸미는 교각이 195개로 가장 많다. 도로와 맞닿은 교각 57개는 충격을 줄여주는 방호시설이 설치되고, 30개는 행사와 이벤트가 있을 때 이를 홍보하기 위한 배너광고판으로 활용된다. 57개는 각종 기관에 분양해 각자 특색 있는 광고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앞서 시는 대봉교~동성학교네거리 사이에 교각 미관개선사업 시험구간(380m'15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구간은 코팅과 래핑, 피복식물, 안전방호시설 등 다양한 주제로 디자인됐다. 교각 사이 중앙분리대는 은목서와 회양목, 가시나무, 이팝나무, 배롱나무, 영산홍, 맥문동 등 다채로운 나무와 꽃으로 채워졌다.
◆건물 옥상과 간판 등 새 얼굴로 단장
3호선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설물도 정돈됐다. 시는 2013~2014년 95억1천만원을 들여 3호선 주변 건물 옥상을 정리하고 낡은 간판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교체하는 등 모두 4천168건을 정비했다. 올해도 개통 전까지 5억원을 투입, 넓은 아파트 벽면에 벽화를 그려 넣거나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등 추가로 경관개선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3호선 주변 경관개선 사업의 핵심은 노후 건물의 정비다. 낡은 지붕을 개량하거나 옥상에 정원을 만들었고, 미관을 해치는 물탱크 등 각종 적치물을 제거했다. 회색 담벼락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수를 놓았고, 어수선했던 간판은 통일성 있게 정리했다.
특히 옥상녹화는 미관뿐만 아니라 열섬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건물에 전해지는 복사열을 줄임으로써 냉난방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옥상면적이 50㎡ 이상인 병원과 복지'업무시설은 물론 일반주택에도 옥상녹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범어동 궁전맨션에는 대형 벽화가 등장했다. 이곳은 3호선 수성시장역~수성구민운동장역 사이로,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인 서상돈, 시인 이상화, 이육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벽화는 3호선을 타는 승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호선이 지나는 교량 등에 아치형 조형물을 세웠고, 서대구 열병합발전소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대봉교에서 보이는 신천 대봉지수보에도 야간조명을 달았다.
배헌식 대구시 도시디자인과장은 "3호선 주변 경관사업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이고 개통 전까지 남아 있는 경관 저해 시설을 정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벽화가 반응이 좋아 4월 전에 2곳을 더 설치하고 중'장기적으로 3호선 주변 19곳에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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