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드] 주목하라, 작가-PD '명품콤비'

알아주는 이와 함께, 당연한 일 아닌가? 드라마 작가-연출자 자연스러운 '동행'

라면에 김치, 짜장면에는 단무지가 어울리듯 어떤 부문이든 시너지를 최대화시키는 요소의 결합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특히 그렇다. 무릇, 나를 알아주는 이와 호흡을 맞춰야 최상의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한 일. 드라마 시장도 마찬가지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작가와 연출자의 조합으로 성공률을 높이는 케이스가 많아 눈길을 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하며 터득한 노하우로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 정성주-안판석 연타석 홈런 날릴까

최근작 중 스타 작가와 PD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이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를 빼놓을 수 없다. JTBC 히트작 '밀회' '아내의 자격'을 만든 정성주 작가-안판석 PD 콤비의 신작. 앞서 두 편의 작품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데 이어 이번에도 서로 장점을 잘 살려내며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최상급 해물로 만들어낸 매운 짬뽕' 정도가 되겠다. 맵고 자극적이며 양념도 고급이 아니다. 하지만 재료가 좋고 손맛도 우수하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을 지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비유처럼 정성주-안판석 콤비의 작품은 '막장드라마'에 쓰여도 좋을 법한 소재를 고급스럽게 풀어내고 현실성까지 반영해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다. 40대 커리어우먼과 스무 살 청년의 열애라는 은밀한 내용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가진 자'들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 '밀회'가 그랬다. 중년 여성의 일탈을 보여주면서 강남 부유층의 속물 근성을 폭로한 '아내의 자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풍문으로 들었소'도 시작점에 덜컥 아이를 가지게 된 고등학생들의 '불장난'을 보여주지만 사실상 갑과 을의 입장 차에 주목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권력층의 '갑질'에 대한 이야기다.

인상적인 세트와 카메라 워크 등 영상미가 돋보이는 안판석 PD의 세련된 연출, 해학적인 대사와 절묘한 상황묘사로 재미를 주는 정성주 작가의 필력이 만나 또 한 번 팬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약 20여 년 전. 안판석 PD가 조연출로 합류한 단막극이 정성주 작가가 쓴 각본이었다. 이후 안판석 PD가 연출자로 나선 1999년 작 '장미와 콩나물'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시작됐다.

언제나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그랬듯이 '풍문으로 들었소'도 초반부를 넘어서면서 입소문과 함께 매회 시청률을 높이고 있다. '밀회' '아내의 자격'에 이어 3연타석 홈런을 날리게 될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생' '괜찮아, 사랑이야' 등 작가-PD 명콤비 수작 속속 등장

지난 연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tvN '미생'도 명콤비 플레이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앞서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은 tvN '몬스타'의 정윤정 작가-김원석 PD가 다시 손을 잡고 만든 드라마다. '몬스타'에 이어 '미생'으로 '대박'을 터트린 만큼 향후에도 두 사람의 공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이우정 작가는 tvN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신원호 PD와 호흡을 맞추며 성공적으로 드라마 시장에 활로를 개척했다. 현재 신원호 PD와 함께 '응답하라' 시리즈 시즌3를 준비 중이다. 한편으로 이우정 작가는 나영석 PD와 호흡을 맞추며 '꽃보다 할배' 시리즈 등 히트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와 예능 양쪽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앞서 드라마계에서 '최고'로 꼽았던 황금 콤비는 단연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PD의 조합이다. 1995년 작 '목욕탕집 남자들'을 시작으로 '내 사랑 누굴까' '부모님 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천일의 약속' '무자식 상팔자' 등 18년간 10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특히 정을영 PD는 2004년 '부모님 전상서' 이후 10년간 김수현 작가의 작품만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3년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준비하던 중 정을영 PD가 건강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하차 선언을 해 김수현 작가와의 콤비 플레이가 잠시 중단된 상태. 하지만, 김수현 작가가 신작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방송계 내에선 조심스럽게 정을영 PD의 컴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로 두터운 신뢰로 뭉쳐진 관계라 건강 문제만 아니라면 언제든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 콤비도 방송계 안팎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2008년 작 '그들이 사는 세상'을 시작으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의 작품에서 함께했다. 드라마 작가로선 이례적으로 문학적 가치의 잣대로 평가받는 노희경 작가의 각본, 그리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구현하는 김규태 PD의 연출이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대다수 방송 관계자들의 평가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작품마다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콤비다.

앞서 김은숙 작가도 신우철 PD와 수년간 콤비 플레이를 펼쳤다. 2004년 '파리의 연인'을 기점으로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 연인 3부작을 히트시키며 스타 콤비로 명성을 떨쳤다. 이어 '온 에어' '시티홀'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등의 작품을 줄줄이 히트작 대열에 올리며 로맨틱 코미디의 '베스트 콤비'로 불렸다. 이후 2013년 신우철 PD가 '구가의 서'를 연출하며 강은경 작가와 손을 잡았고 김은숙 작가는 같은 해 강신효 PD와 함께 '상속자들'을 내놨다. 같은 길을 나란히 걷던 두 사람이 각각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린 것. 그러면서도 각자 자신의 작품을 히트시키며 이름값을 증명했으며 오히려 새로운 느낌마저 줘 '성공적인 행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반면, '올인' '태양을 삼켜라' 등에서 함께한 최완규 작가와 유철용 PD는 지난해 MBC에서 전파를 탄 '트라이앵글'로 혹평을 들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무게감을 잔뜩 실어 대작의 느낌을 주려 했던 게 문제.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는 평가다. 매너리즘에 빠져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생긴 부정적인 사례다.

이처럼, 선례가 됐든 그 반대가 됐든 스타 작가와 PD의 콤비 플레이는 과거에 비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비지상파까지 역량이 커져 많은 숫자의 드라마가 필요해지고 있는 게 요즘 방송계의 환경. 그런 만큼 콘텐츠의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스타 작가와 PD로 이뤄진 '명콤비'의 탄생은 서로가 장점을 두 배로 강화시켜줄 '부스터'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 결과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더 확고하게 인식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이를 도와줄 '동업자'를 찾게 된 것. 작가의 각본 한 편이 나올 때를 기다려 그에 어울리는 PD를 투입하던 과거 지상파 드라마국의 방식에 비해 한층 더 능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능력 있는 작가와 PD가 각각 동행을 찾아나서는 행보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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