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참고 안 살아.'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모(50) 씨는 10여 년간 남편의 상습 폭력에 시달렸다. 부상을 안고 살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집안일을 하다 다친 것'이라며 둘러댔다. 하지만 최근 갈비뼈가 부러지는 폭력을 당한 뒤 처음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경찰에 "이웃이 알까 부끄러워 신고하지 못했지만 더이상 참으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가정폭력도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정폭력 신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13년 8천61건에서 지난해 1만752건으로 33% 이상 증가했다. 대구에서만 하루에 30건 이상 가정폭력 신고 전화가 접수되는 셈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 건수도 늘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걸려온 상담 전화는 976건으로 전년도(852건) 대비 14.5% 늘었다.
가정폭력 신고 증가는 '가정폭력도 범죄'라는 인식 변화에다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을 참고 견디던 피해자들이 꾸준한 언론 보도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데다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도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며 "가정폭력이 이제는 단순한 가정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가정폭력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도 가해자가 경찰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현장 조사에 불응해도 제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직권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가해자를 격리시킬 수 있는 '긴급 임시조치'가 3년 전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신고해봤자 경찰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부부싸움만 커진다고 생각하던 피해자들의 생각이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며 "예전 같으면 참고 넘기던 사소한 폭력에도 신고하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나 처벌을 꺼리는 피해자들이 많다. 용기를 내서 신고하고도 경찰이 출동하면 범행 사실을 숨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배기명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정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 시선이 창피하다는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가정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112에 신고하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늘어나는 가정폭력 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대구 8개 경찰서에 여성청소년 수사팀을 설치하고 가정폭력 전담경찰관을 배치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