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똥별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은 한 목동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황순원의 소설 '별' 또한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애증을 통해 소년의 자아성장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별은 순결과 순수의 상징이다. 윤동주의 '서시'에 별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밤하늘의 별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리 민족의 별에 대한 정서도 애틋하다. 지금도 문학은 물론 드라마의 제목으로도 많이 차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별똥별, 즉 유성(流星)이란 천문 현상도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 않았다. 별똥별을 보고 세상사 길흉을 예측하며 위인의 죽음과 결부시키기도 했다. 별은 종말조차 그렇게 장엄하게 보였던 것이다.

현실에서도 별이라는 계급장은 선망의 대상이다. 한국군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면 달라지는 게 30가지가 넘는다는 말도 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처럼 대우하니 장군이 되려고 발버둥을 친다. 선군정치 타령을 해대는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를 '장군님'이라 부르며, 태양처럼 떠받드는 촌극을 연출한다.

문제는 별 같지 않은 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명예와 충성심을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할 장군이 온갖 부정'부패사건에 연루되어 추락하는 꼴을 보고 사람들은 '똥별'이 떨어진다고 한다. 부하 여군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은 장군, 방산비리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장병의 복지기금까지 떼먹은 장군, 무기중개를 하면서 국가기밀을 유출하고 서류를 조작해 거액의 돈을 빼돌리는 장군 등 헤아릴 수 없다.

탐욕과 허영에 빠진 일부 육'해'공군 장성들의 탈선과 비위는 국가적인 수치에 다름 아니다. 별이 별 같지 않고 장군이 장군답지 못하니, 군대가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다. 북한의 별들은 더 가관이다. 별 셋의 상장이 하루아침에 별 하나로 전락하고, 1, 2년 사이에 계급장의 별 숫자가 4~6차례나 바뀌는 군과 조직을 정상이라 할 수는 없다. 폐쇄된 사회에서 그 숨은 비리와 곡절 또한 많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특정 세력끼리 제 입맛대로 붙였다 뗐다 하는 별이나, 명예나 자존은 내팽개친 채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 별이나 모두가 똥별이었음은 역사가 웅변한다. 나라와 민심이 달아 준 '참별'은 질 때도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지만, '똥별'이 떨어지면 악취만 풍기며 사회를 더 어지럽게 할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