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어른의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대학 새내기들. 선'후배, 동기들과 친목을 다지고자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네 발로 집에 들어가기 일쑤다. 심지어 저도 모르는 실수 탓에 상종 못 할 인간이 되어 있기도 하다. 대학 입학한 지 2주 만에 술자리가 부담스러워진다. 사실 술자리에서 센스있는 후배가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래서 매일신문이 준비했다. 술, 잘 마시고 잘 피하자.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마르고 닳도록 말하지 않았나.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지금 잘 배워둔 술자리 예절이 앞으로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평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지금부터 알려주는 깨알 같은 팁을 솔로몬의 잠언처럼 여기고 실천하자.
①첫단추는 자리 선정…모임의 막내라면 심부름 편한 입구 쪽에 앉아라
'드록신'이라고도 불린 세계적인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는 전성기 시절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으로 유명했다. 술자리에서 '드록신'이 되어보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술자리를 시작하기 전 자리 선정에도 예의가 있다.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아무 곳에나 덥석 앉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대학 선'후배 사이에서야 이를 굳이 따지지 않겠지만, 교수님이 함께하는 자리라면 교수님을 상석으로 모시는 게 좋다. 학교 선배라고 하더라도 학번이 많이 높은 졸업한 선배라면 어른을 모시는 예절로 대하는 게 좋다. 상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입구와 가장 떨어진 벽을 등진 안쪽 자리를 말한다. 상석에 앉은 이가 자리에 앉자는 말을 하면 그때 자리를 잡고 앉으면 예의 바른 후배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보탠다면 그 모임에서 자신이 막내라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야 한다. 물이나 물수건, 추가 술을 가지러 손윗사람이 오갈 수는 없지 않은가.
②술 권하는 예절…아랫사람이 먼저 "한 잔 드릴게요"
자리 선정에 성공했다고 바로 드로그바와 같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되진 않는다. 좋은 위치에 있어도 자신에게 연결되는 공을 받지 못한다면 골을 넣을 수 없다. 바짝 긴장하자. 술이 들어오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잔을 올리는 것이 예의다. 교수님 등 어른에게 술을 권하거나 받을 때는 무릎을 꿇는 것이 예의이지만 편하게 앉으라고 말했다면 고쳐 앉아도 괜찮다. 좌식이 아닌 곳에서는 몸을 살짝 일으켜 예를 표하는 게 좋다. 가까운 선배나 동기라면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 오히려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술이든 물이든 어른에게 두 손으로 따르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적절한 손 위치는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 알려주는 이것이 정답이다. 오른손으로 술병을 잡고 왼손은 겨드랑이에 대는 것이 예절이다. 겨드랑이에 손을 대는 이유는 한복의 옷자락이 음식에 닿는 것을 방지하려고 옷을 끌어당기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예의를 차리는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또한 주전자처럼 뚜껑이 있는 경우 오른손으로 따르면서 왼손은 뚜껑을 잡는 것이 예의이다. 이는 공손함을 표현하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뚜껑이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는 실용적인 의미도 있다.
③술 받는 예절…술 못 마신다면 양해 구하고 입술에만 살짝
자, 이제 드로그바가 자신에게 오는 공을 받았다.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니라면 한 명쯤 쇄도하는 수비수가 있을 터. 침착하게 골로 연결할 차례이다.
어느 정도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첫 잔은 원샷'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첫 잔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독 첫 잔만 이런 말이 있는 것. 손윗사람과 술 마실 때도 첫 잔이 중요하다. 일단 첫 잔은 공손히 받는 것이 예의이다. 우리나라 술자리에서 첫 잔은 받아 마시는 것이 예절인데 "저는 술을 못 마셔서요", "속이 안 좋아서 괜찮습니다" 등의 말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단 첫 잔은 공손히 받고서 상대가 마시는 걸 보고 상체를 돌려 가려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 마시고 나서 "크~ 쓰다"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요즘에는 억지로 권하지 않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어 상황에 따라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꼭 예절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권하는 것이 술자리 예절에 어긋난다고 보아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권하고 그 이상 권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계속 권한다면 많이 마시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한 후 입을 술잔에 댄 다음 내려놓는 게 예의이다.
④과음을 피하려면…물 자주 마시면 덜 취하고 숙취 줄여줘
위 내용을 모두 지켰더라도 과음으로 말이나 행동거지에 실수가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제부터는 과음을 피할 방법이다.
술자리에서 갈증을 물 대신 탄산음료로 달래기도 하고, 술을 즐기지 않는 경우 탄산음료의 단맛으로 술의 쓴맛을 잊고자 탄산음료를 찾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탄산음료를 독한 술과 섞어 마시거나 함께 마시면 단맛이 더해져 술만 마실 때보다 과음하기가 쉽고 탄산음료가 위벽을 자극해 알코올이 더욱 빠르게 흡수되도록 자극한다. 대신 술 마시며 물을 안주 삼아 술 한 모금 물 한 모금 마시는 게 좋다. 술에 덜 취하는 것은 물론 알코올 대사물질을 빨리 배출시켜 다음 날 숙취를 줄여준다.
또 자신의 주량으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술이 계속 전해진다면 화장실로 대피해 잠시 몸을 추스르거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족 중 한 명에게 문자를 보내 전화하라고 한 뒤 중요한 전화인 척 밖에 나가서 통화하며 바람 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밖에서 휴식시간을 갖고 들어왔는데 잔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되면 선수를 치자. 젊은 사람들은 잔을 돌리지 않지만 40대 이상은 술잔을 돌리는 경우가 잦다. 먼저 자신의 술잔을 말끔히 비운다. 그리고 잔이 채워진 선배에게 "제가 한 잔 드려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승낙하면 자신의 잔을 선배에게 건네고 술을 따르면 한 순배 넘길 수 있다. 대신 선배는 앞에 놓인 술잔이 두 잔이 된다.
'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과도한 음주에는 백약이 무효하다. 성인이 되었다는 해방감이나 업무 스트레스를 날리겠다는 심산으로 진탕 마시기보다는 신입생 환영회, 회식 등 모임의 본질에 충실하는 게 좋다. 모임의 목적은 자리에 모인 모두의 친목을 다지는 것이다. 함께한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관계를 다진다면 여태껏 전쟁같던 술자리가 금쪽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