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오은경 지음/시대의 창 펴냄.
테러, 전쟁, IS, 참수, 아버지나 남편 혹은 형제가 '명예를 더럽힌' 여성가족에게 가하는 명예살인 등은 이슬람과 관련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단어다. 낯설고 이질적인 이슬람이 악마 같고 괴물 같은 것으로 우리에게 각인된 것은 9'11테러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이 사건을 통해 (서방질서 중심의) 사람들은 이슬람을 더욱 적대시하거나 파악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다.
이 책은 이슬람 민족주의와 가부장제의 역사, 이슬람의 근대화 과정과 페미니즘 운동 등을 통해 이슬람의 여성 억압문화의 근원을 살피고 테러와 IS식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지은이는 '이슬람을 적대시하거나 이슬람을 파악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역사와 문화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고, 생명체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역시 주변의 관계망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주도했던 이슬람은 중세를 지나면서 과학기술과 근대화에서 서구에 뒤처지면서 식민지로 전락했다. 책은 '오늘날 전쟁과 테러 등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은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서구와 비서구의 경제적, 정치적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현실이 그럼에도 문명 간의 갈등인 것처럼 포장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책은 'IS는 이슬람을 대표하지도 않고, 국가도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IS가 그처럼 기세를 올리는 것은 주변 환경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가령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구로 이주한 무슬림들은 기독교 문명권의 현지인들로부터 배척당함으로써 서구 문명의 잠재적인 '반군'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구 문명의 혜택을 받고자 고향을 떠났으나 냉대와 소외 속에 사회적 타자가 되어버린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곳, 기대고 싶은 곳은 그들의 뿌리인 '이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슬람의 부흥을 기대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이슬람의 부흥을 외치는 집단 속으로 숨어들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라는 환상을 만들어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IS가 바로 그런 곳인 셈이다.
책은 '우리가 이방인을 배척하고 타자화하며 악마적인 것으로 몰아갈수록, 상대는 더욱 괴물처럼 변해가며, 그 결과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눈덩이로 발전한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또한 남성이 여성을 폭력적으로 통제하는 이슬람 문명의 내부 문제를 서구와 이슬람의 폭력적인 현실 문제와 같은 프리즘으로 들여다본다. 서구와 비서구,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가 어떻게 폭력으로 발전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같은 문제들을 정신분석과 철학이론 등을 동원해 파고든다.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은 여성을 문제로 보는 이슬람 민족주의, 이슬람 국가의 근대화와 신여성, 페티시즘과 환상, 에로티시즘을 통해 바라본 이슬람 여성의 베일, 명예살인, 여성 할례, 이슬람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남성 히스테리의 탄생, 전쟁과 테러의 숨은 희생자 여성 등이다.
지은이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고 성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은이 오은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키 국립 하제테페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08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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