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야(上耶)
하늘이시여! - 작자 미상
하늘이시여! 내 님을 죽도록 사랑하기에
영원토록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높은 산 평평한 들판 되고, 큰 강물 바짝 말라 없어지고
다짜고짜 한겨울에 우레 쾅, 쾅 치고, 난데없이 한여름에 눈이 펑펑 쏟아지고
우르르르 쾅, 쾅 하늘 땅 하나 되면, 그제서야 내 님과 헤어질 거예요
上邪(상야) 我欲與君相知(아욕여군상지)
長命無絶衰(장명무절쇠)
山無陵(산무릉) 江水爲竭(강수위갈)
冬雷震震(동뢰진진) 夏雨雪(하우설)
天地合(천지합) 乃敢與君絶(내감여군절)
[상야(上邪)]
*上(상): 하늘, 상제. *邪(야): ~여. *絶衰(절쇠): 끊어지거나 약해짐. *震震(진진): 우레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雨(우): 내리다. *乃(내): 그제서야.
불가능한 사항을 전제로 하여 영원을 표현하는 수사법이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밤에 싹이 나면, 까마귀 대가리가 희어지면, 밑 빠진 독에 물이 고이면, 가마솥에 삶긴 개가 멍멍멍 짖으면, 그제서야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영원성을 강조하기 위해 도저히 불가능한 전제 사항을 미리 앞세워 대못을 쾅쾅 치는 것이다.
이 시도 그렇다. 보다시피 화자는 마지막 대목에서 님과 '헤어지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헤어지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들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천재지변과 기상이변으로 점철되어 있다. 한 가지도 일어나기 어려운데, 이 다섯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나야 님과 헤어질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 헤어질 수 있겠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 작품의 주제는 거의 대부분 그게 그거다. 흔해빠진 사랑 타령일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그러므로 예술적 감동은 주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표현 방식에서 오는 것. 이 작품도 역시 불가능한 사항을 전제로 영원한 사랑을 표현한, 그 깜찍한 표현 방식이 가슴 뭉클한 감동의 모태가 아닐까 싶다.
비수보다 무서운 사랑을 품고 있는 이런 여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지 말라. 자칫 잘못하다간 한겨울에 다짜고짜 우레가 쾅, 쾅, 치고, 한여름에 난데없이 눈이 펑펑 쏟아지게 되리라.
이종문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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