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Q:대학가 술문화 '사발주' 아직도? A:강요는 줄었지만…

줄었나? 그대로? 대학생과 술

계명대 절주동아리
계명대 절주동아리 '절주연인'이 11일 계명대 성서캠퍼스 안에서 동아리 가두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가의 술 문화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계명대학교 홍보팀 제공

"대학은 술이다.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의 준말) 월, 화, 수, 목, 금요일 내내 술을 마셨다. 벌써 간이 딱딱해지는 기분이다. 시간이 없다. 페이스북도 롤(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준말)도 할 수가 없었다. (중략) 오늘, 내일마저 술 마시면 간경화 확정."

한 대학교 신입생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새내기 1주일 차 후기'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일부다. 이 학생의 말처럼 대부분 대학생들은 술을 마신다. 3월이면 각종 명목을 달고 술을 마시다 보면 한 학기가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신입생환영회나 새터 등등의 행사에서 과음이 원인이 돼 목숨을 잃는 신입생들의 뉴스가 종종 언론지상에 등장한다. 이쯤 되면 대학가의 술 문화는 꽃다운 나이의 신입생을 잡아먹는 악습이요 폐습이다.

그런데 2013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서는 '1년 전에 비해 술을 마시는 일이 줄었다'고 대답한 학생이 42.6%로 나타났다. '보통이다'라고 대답한 학생은 26.2% '늘어났다'라고 대답한 학생은 31.2%였다. "요즘 술 마시는 대학생이 별로 없다"는 세간의 풍문이 현실적인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한편에서는 대학생의 술 문화가 문제가 많다고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술 마시는 대학생이 줄었단다. 도대체 뭐가 맞는 것일까.

◆많이 마시는 것은 사실

본지는 지난 10일 경북대학교 학생 83명을 대상으로 '알코올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K)를 시행했다.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의 검사 방식을 토대로 만든 이 검사에서 본인의 음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학생은 총 21명(25.2%)이었고, 알코올 남용 및 의존단계에 있다고 판명된 학생은 6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즉, 10명 중 3명은 본인의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나온 것이다.

본지의 조사보다 더 확장된 범위로 조사한 곳의 결과를 살펴봐도 본지의 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4개 대학의 3, 4학년 446명의 중독행동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63.5%가 7잔 이상 마시는 술자리를 주 2회 이상 가지는 고위험음주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음주자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지금의 대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과음으로 인한 문제가 경찰 등 공권력의 차원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로 야기된 사건사고 때문에 대학가로 경찰이 출동한 경우는 1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구경북지역 대학생 274명 중 지난 1년간 음주운전을 경험한 대학생은 39%(107명)로 나타났다.

◆문화는 바뀌고 있다, 서서히

기자가 실제로 만나본 대학생들은 '강요'와 '억지'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대학가의 술 문화가 이제는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나영(21'경북대 2) 씨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등은 늘었다"며 "술자리 분위기도 무조건 '부어라, 마셔라' 식보다는 가볍게 맥주나 칵테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방향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의 말처럼 기자가 만나본 대학생들 대부분은 선배들로부터 억지로 폭음과 과음을 강요당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남학생이 절대다수로 많은 학과나 일부 예체능계열 학과 등에서는 '사발식'과 같은 음주 강요 문화가 남아있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SNS를 포함한 학생들 사이의 소통창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사발식과 같은 술 문화는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한서인(21'경북대 2) 씨는 "설령 사발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불만이 SNS를 통해 확산되거나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진행할 수가 없다"며 "학년 대표가 사발식을 진행하되 다 못 마시면 굳이 다 마시라고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술 문화는 대학가의 절주동아리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2007년 만들어진 계명대학교 절주동아리 '절주연인'은 현재 활동하는 회원의 수가 60명이나 된다. 최근 각 대학의 동아리 활동이 침체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절주동아리의 활동 회원 숫자는 적은 편이 아니다. 절주연인의 회장 최혜림(22'계명대 3) 씨는 "처음에는 '너희들은 술을 아예 안 먹니?' 또는 '술 마시면서 무슨 절주동아리야'라는 식의 반응들이 훨씬 많았지만 지금은 절주동아리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도 많고 가두모집 때도 동아리 부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제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술 문화는 강요하는 술 문화에서 자율적으로 즐기는 술 문화로 천천히 바뀌고 있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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