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돈만 많다면야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은 '시장이 없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최적의 자원 배분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낳았다. 이른바 '사회주의 계산 논쟁'이다. 이 논쟁에서 사회주의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생산을 지시하면서 생산비용이 최저가 되도록 하는 동시에 이 비용이 생산물 가격과 일치하도록 한다면 자원의 최적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웃기는 소리'라고 했다. 자원의 최적 배분은 가격을 알아야 가능한데 시장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최적 가격을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좌파 측에서는 "시행착오의 방법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이렇게 되받았다. "정부가 천재라면!" 설사 사회주의 경제에서 적정 가격 계산이 설사 가능하다 해도 그에 필요한 방대한 정보의 완벽한 입수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거래의 목적이 다르고, 생각하는 적정 가격의 수준이 다르며 또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지식의 오만'이란 것이 하이에크의 지론이었다. 현실 사회주의의 역사는 그의 주장을 증명했다. 사회주의 경제는 절망적 비효율로 신음했다. 정부는 천재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백치였던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의 주장에 대해서도 하이에크식으로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다. 돈만 많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 40%에 고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렇게 해도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높이면 그 시기는 훨씬 더 앞당겨질 것이다. 더욱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가입자의 부담(기여율)을 늘려야 하는데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매년 불어나는 엄청난 적자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핵심인데 이 역시 김 의원과 공투본 모두 말이 없다. 전형적인 물타기요 초점 흐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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