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옛적에"] 어떠한 꿈이 더 실속 있을까

얘야, 허황한 큰 꿈과 작지만 실제적인 꿈이 있다면 어느 것이 더 실속이 있다고 생각되니?

어느 곳에 두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어.

두 사람은 먼 길을 걸었기에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어.

날이 저물어 두 사람이 마주친 곳은 어느 들판 오두막집 앞이었어.

"어디에서 오는 길이오?"

"나는 저 산 너머 산골 마을에서 왔소? 바닷가에 가면 먹을 것이 많다고 해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소?"

"나는 바닷가 마을에서 왔소. 산골 마을에 가면 먹을 것이 많다고 해서…."

"허허허! 우리는 서로 반대로 생각하고 길을 떠나왔구려. 나는 바닷가 마을로 가려 하고, 당신은 산골 마을로 가려 하고!"

"그러게 말이오. 하하하!"

그 오두막집은 다 쓰러질 것 같았지만 함께 묵어가기로 하였어.

"그나저나 배가 고픈데 뭐 먹을 것이 좀 없을까요?"

두 사람은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그러다가 마루 밑에서 감자 몇 알을 겨우 찾아내었어.

"에계, 요건 혼자 먹어도 한 입 거리가 채 되지 않겠다."

"그러게 말이오. 그렇다면 지금 먹을 것이 아니라 내일 아침 떠나기 전에 먹도록 합시다. 지금 먹고 내일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중간에 쓰러지고 말 것이 아니겠소."

"그렇겠구려. 그런데 혼자 먹어도 적을 테니 오늘 밤에 더 즐거운 꿈을 꾼 사람이 다 먹기로 합시다."

"으음, 그것도 좋겠소. 사람은 즐거우려고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우리 중에 누구 하나라도 더 즐거운 사람이 나온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이리하여 두 사람은 갈라진 지붕 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을 청했어.

그런데 배가 고파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어.

'내일 아침 나는 어떤 꿈을 꾸었다고 말할까?'

두 사람은 서로 즐거운 꿈을 지어내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어.

그러나 둘 다 깊이 자는 척하였어.

이윽고 아침이 되었어.

산골 마을에서 온 사람이 먼저 입맛을 다시며 꿈 이야기를 했어.

"말도 마시오. 나는 어젯밤 꿈에 하늘나라 궁전으로 올라가 산해진미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아주 즐거웠소. 그만큼 즐거운 꿈을 꾼 사람은 없을 것이오."

그러자 바닷가 마을에서 온 사람이 말했어.

"그것참 즐거웠겠소. 그런데 나는 더 즐거웠소. 당신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는 이거라도 먹어야지 하며 감자를 먹기 시작했소. 나는 이게 더 즐거웠소."

바닷가 마을에서 온 사람이 머리맡에 두었던 감자를 입에 넣으며 일어섰어.

결국 감자는 바닷가 마을 사람 차지가 되고 말았어.

그래, 너는 이 두 꿈 중에서 어느 꿈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니?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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