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한 예다. 그는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포도나무 재배와 포도주 담그는 법을 가르쳤다. 술의 신답게 그에 대한 의식은 광란적이었다. 디오니소스 축제에선 신도들이 가면을 쓰고 술에 취한 채 제물로 바쳐진 짐승을 산채로 뜯어먹고 그 피를 마셨다고 한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성서에 등장하는 노아는 대홍수를 피해 '방주'를 만들어 아라랏산에 도착한 후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주를 만들어 마셨다. 이집트인들은 맥주를 만들었다. 이집트 신화는 풍요의 여신 이시스의 남편 오시리스가 곡물의 신에게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기록했다.
동양에서도 일찍이 술을 빚었다. 첫 술에 대한 기록은 중국 고서 여씨춘추 편에 등장한다. "옛날 황제의 딸 의적이 술을 맛있게 빚어 우왕(하나라)에게 올렸다. 우왕이 이를 맛보고 후세에 반드시 이 술로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선 술을 끊고 의적을 멀리하였다"는 기록이다. '하나라'라면 기원전 2천 년에 등장하는 왕조다.
인간의 역사는 술의 역사고, 술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다. 그 술은 과일이나 곡물을 이용해 자연상태에서 얻은 술이다.
미국에서 물에 타서 술을 만들어 먹는 술가루, 이른바 판코올의 시판이 허용됐다. 판코올이란 가루를 뜻하는 파우더와 알코올의 합성어다. 봉지에 담긴 술가루에 6온스(177㎖)의 물만 부으면 어디서든 손쉽게 술을 만들 수 있다. 합성화학물 사이클로덱스트린(당류 분자들이 고리 모양으로 결합한 물질)이 알코올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했다. 코스모폴리탄과 마가리타, 보드카, 럼 등 네 가지 맛의 술이 우선 나왔다.
이를 만든 필립스는 판코올의 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무거운 술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비행기 내에서도 물만 있으면 언제든 술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고 자랑이다.
역풍도 만만찮다. 이미 알코올 남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술가루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이란 지적이다.
술이 단순히 알코올일 뿐이라면 필립스 씨 주장이 옳다. 그렇지만 술엔 단순히 알코올 섭취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술가루로 만든 술에선 그냥 알코올 냄새만 난다. 술가루는 과연 약일 것인가, 독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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