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동성아트홀

대구시내 중심가에서 수성교를 막 건너자마자 왼쪽에 수성극장이 있었다. 언제 지어졌는지는 잘 몰라도 어린 시절 자주 간 기억이 있는 것으로 미뤄 1950, 60년대에 개관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개봉관과 재개봉관을 거친 영화를 상영하는 재재개봉관 정도였던 수성극장은 1993년 열린공간 Q로 바뀌었다.

열린공간 Q는 연극과 무용을 공연하고, 영화감상도 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었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영화감상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구했는지는 몰라도 그곳은 희귀필름의 보물창고였다. 얼마나 복사를 했는지 화질이 흐릿한 VHS 방식의 비디오테이프였지만, 말로만 듣던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이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 같은 작품을 만난 것도 그곳이었다. 열린공간 Q는 꽤 많은 회원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2005년 문을 닫았다.

1970년대 후반, 남구 이천동 부근에는 록(Rock)이라는 음악 카페가 있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못 할 정도로 음량을 최대한 올려 록 음악을 들려주던 곳이다. 당시 주인 이야기로는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에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겼고,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고 했다. 희귀 록 음악을 들려주던 곳으로는 중구 남일동 골목길 안의 처용이라는 곳도 있었다. 대구 최초의 음악 전문 카페라 했다. 두 곳 모두 음악을 들으려고 가끔 들른 곳이지만 언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동성아트홀이 만우절인 4월 1일에 재개관한다는 소식이다. 2004년 개관한 이곳은 예술영화 전용 소극장으로 '소수지만 많은' 예술영화 동호인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버티기가 어려워 지난달 25일 폐관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광개토병원 김주성 원장이 나서 인수했다. 대표만 바뀌고 기존의 직원과 경영 방침은 그대로라니 관객으로서는 전혀 바뀌는 것이 없는 셈이다.

사람은 대개 없어진 곳을 그리워한다. 자주 이용했지만, 있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사라진 뒤에야 그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는지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다.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동호인들은 '관객극장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재개관에 힘을 보탰다. 아마 이 공간의 고마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재개관을 계기로, 동성아트홀이 또 다른 10년, 20년 뒤에도 많은 이가 추억하는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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