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금인상' 빌미로 일자리 수 DOWN?

평균임금 235만원 가난뱅이…대구 임금인상 "꿈같은 소리"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15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지역 기업들은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지역 기업에 대한 정부 및 대기업의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임금 인상도 가능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대구 떠나는 근로자들 "지역 기업, 일은 많고 임금은 부족"

지역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28) 씨는 지난해 1월 대구 달서구 한 중견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직한 지 8개월 만에 경기도의 한 대기업 전자회사로 이직했다.

김 씨는 하루 9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실제로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는 등 추가 근무가 잦아 불만이 컸다고 했다. 야근 수당도 오후 8시 30분 이후 퇴근할 때만 단 1만5천원을 받았다. 월 초봉이 250만원으로 대구에선 적잖은 금액이었지만 입사 후 수년이 된 선배들도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는 걸 알고 이직을 결심했다.

김 씨는 "지역 기업은 일손이 적고 경기가 나쁘다는 이유로 적은 임금을 주고도 장시간 근무시킨다"며 "현재 회사에서는 초과급여를 포함해 이전 직장보다 매달 100만원을 더 받고 있다. 이직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의 젊은 근로자들이 적은 임금과 과도한 근로시간 탓에 대구를 떠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자료(2014년 4월)에 따르면 대구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 급여액(정액 급여+초과급여. 상여금'성과급 제외)은 235만2천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15위에 그쳤다. 전국 평균(283만8천원)보다 48만6천원이 적은 금액이다. 대구 근로자들의 지난해 월평균 근로시간도 191.2시간으로 전국 평균(187.9시간)보다 3.3시간이 많았다.

지난해 대구 근로자의 이직률은 2.8%로 전년(2.7%) 대비 0.1%포인트(p) 늘었다. 대구로 옮겨온 근로자 비율도 3.0%로 전년(3.1%) 대비 0.1%p 줄었다. 지역 기업 관계자들은 "매년 심화하는 지역 불경기 탓에 앞으로 노동력이 급속도로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기업들 "수익 줄어드는데, 임금 높이라니 난감"

지역 노동력 이탈을 막을 대안으로 임금 인상이 대두하고 있지만 지역 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정부의 지원 확대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가 100여 명에 이르는 대구 서구 A섬유염색업체는 매년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 임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신들과 직거래하던 국내외 의류 기업들이 최근 5년 새 중간 에이전트를 끼고 염색 섬유를 사들이기 시작한 바람에 납품 단가를 맞추느라 매출이 해마다 1천만~2천만원씩 줄고 있다는 것이다.

A업체 박모(57) 부대표는 "임금을 올리려면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며 "국내 대기업이 지역 중소기업과 직접 거래하기를 꺼리는 탓에 수익도 점차 줄고, 과거 사들인 장비를 30년째 쓰는 등 투자할 여력조차 없어 중국'동남아시아 동종업체보다도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했다.

북구 제3산업공단에 있는 B자동차부품업체도 비슷하다. 김모(57) 대표는 "앞으로 대기업들은 임금을 높이는 대신 지역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 단가를 지금보다 더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지역 기업에서의 임금 인상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다"고 했다.

그는 "모든 기업의 근로자 임금을 일괄 인상할 것이 아니라 지역 및 중소기업에는 임금 인상 시기를 일정 수준 늦추거나, 기업 규모에 맞춰 인상 폭에 차이를 두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