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24시 현장기록 112] 이젠, 물속에서도 과학 수사한다!

'과학수사'란 범죄현장에서 현장 상황과 남아있는 자료를 이용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건을 판단하고 범죄와 범인을 결부시킬 수 있는 자료를 채취하여 범인을 찾는 수사기법이다. 이젠 수중사건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강, 호수 등 수중사건 현장에서 소방관이나 민간 잠수부들의 인양 작업으로 말미암아 사건 해결에 중요한 증거물이 없어지거나 수장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3년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거물 촬영, 수집, 시체 인양을 위한 '수중 과학수사기법'을 도입하게 되었다.

얼마 전 대구지역 거주자 실종과 관련하여 수중 수색 요청이 들어왔다. 수중과학수사대가 출범한 이래 첫 사건으로 기억한다. 평소 자체 교육계획을 수립해 매월 정기적으로 두류수영장에서 내수면 가상훈련을 시행하고 있었고, 전원이 마스터다이버(PSDI) 자격과 1급 조정면허(해양경찰청)를 취득하여 혹시나 있을 사건에 대비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수중사건이 발생하자 수중과학수사대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 주변은 몇 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가 있었고, 해안선 때문에 굴곡이 많은 지형이었다. 게다가 바람이 몹시 불어 여간 추운 게 아니었다. 빨리 수색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물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의 수색을 할 가능성이 컸다. 좀 더 수색 범위를 좁히기 위해 기다리던 중, 사건 발생 일주일 될 때쯤 바닷속에서 검은 물체가 보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우리 수중과학수사대는 즉시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등을 서늘하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추위였다. 이미 저수지는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고, 바다는 더했다. 바람과 추위, 조류의 변화가 심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형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 바닷속 검은 물체만 보고 있었다. 같은 동료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일 것이다.

평소 내수면 훈련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바로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물속은 차가웠고 물속 조류가 있었지만, 다행히 시야 확보가 잘되어 자신감이 생겼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육지와는 달리 조용한 물속을 유영하다 보니 어느새 용의 차량과 시신이 보였다. 지상에서 궁금해하는 형사들을 위해 수중과학수사대는 역할을 나눠 신속하고 차분하게 수중감식과 촬영에 들어갔다. 신원 확인에 필요한 증거물을 하나하나 수거하면서 수차례 물속과 지상을 오가면서 자연히 몸도 지쳐만 갔다.

이때 우리를 도와주던 민간 다이버 한 분이 "저체온증 현상이 온다"며 육지로 올라갔고, 우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모든 감식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마지막 시신 인양이 남았다. 물속 시신은 잘 못 다루다 보면 부패 때문에 훼손되거나 상처를 입게 되어 수사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시신을 다루는 일은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지상에 떠오를 때쯤 그 무게가 엄청났지만 지상 과학수사요원과 형사들 덕분에 문제없이 무사히 모든 인양을 끝낼 수 있었다.

수중에서는 육지와 달리 피로가 더 빨리 쌓이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수중과학수사기법을 활용하여 조금이나마 범죄 해결에 이바지했다는 것과 수중과학수사가 중요수사기법 중 하나임을 인식시켰다는 것이 우리 수중과학수사대에겐 커다란 성과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뭔가 특별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한 사건이기도 하다.

현재 대구경찰청 수중과학수사대는 부흥을 꿈꾸며 2013년 창립되어 3차에 걸쳐 훈련과 광역화 비상설 운영으로 각각 기법을 연구해 훈련 중에 있으며, 경찰청에서 실시하는 수중과학수사기법 연구모임(Working Group)과 보수교육 시행으로 전문화된 수중감식 능력을 배양할 예정이다. 이를 근거로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새롭게 시도하는 수중 분야는 지속적인 훈련과 연구를 통해 수중과학수사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선박 침몰, 차량 해상추락, 해상 변사사건 현장 등에 대원을 즉시 투입해 수중 감식활동도 하고 있으며, 과학수사는 육지뿐만 아니라 물속에서도 법적 절차에 따라 범죄 해결을 하는 역량과 수사기법을 구축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연구모임을 통해 표준 절차와 각종 지침도 만들어 수중과학수사에 대한 법정 신뢰성 확립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

김성동 대구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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