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산물 브랜드 경쟁시대다. 수없이 많은 브랜드가 뜨고 진다. 국내외적으로 농특산물 무한경쟁이 펼쳐지면서 시'군마다 무분별하게 생겨난 '너도나도' 브랜드가 생명력을 잃고 있다. 품질 저하, 소비자 신뢰도 하락, 낮은 서비스 등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반면 경쟁력을 갖춘 통합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가면서 소비자 신뢰, 질 높은 품질과 서비스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브랜드 통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경북 북부 시'군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안동…'안동' 명칭 독점…가공식품 포장 디자인 통일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안동시는 별도의 공동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다. '안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안동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등록해 '안동'이란 명칭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확보했다. 안동이 아닌 타지역에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권리화한 것이다. 안동사과, 안동한우, 안동산약(마), 안동콩 등 농축산물을 비롯해 안동간고등어, 안동찜닭 등 가공식품의 포장재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했다.
안동이라는 단어만 부각시킨 안동사과는 2007~2010년 4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2010~2012년 3년 연속 프리미엄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브랜드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영주…브랜드 난립, 5·6월 중 통합 브랜드 만들 것
영주시가 포장재 등 예산을 지원하는 공식 농특산물 브랜드는 '선비숨결'과 '소백흙향기' '아이러브 영주사과' '영주문어' 등이다. 작목반별, 농가별 브랜드는 100개가 넘는다. 사과는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지만 브랜드 수만 50개가 넘는다. 부석면의 사과 브랜드는 무려 16개다. 브랜드 남발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단일화된 통합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지난달 말 우수 농특산물 품질관리와 인지도 향상, 유통판로 확대, 공동 브랜드 사용자에 대한 지원 및 홍보 강화 등을 위해 '영주시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 관리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늦어도 5, 6월 중에 통합 공동 브랜드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상주…500여 곶감농가 '천년고秀'로 브랜드 명품화
상주곶감은 가장 성공한 농특산물 브랜드 중 하나다. 소비자는 물론 2008년 설날 대통령 선물로 납품됐고,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 주최 국가브랜드 대상까지 수상하는 등 이미 명품곶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국 곶감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상주곶감의 연매출액은 2천억원으로 상주시 1년 살림살이의 3분의 1에 달해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이기도 하다. 6천320여 농가에서 2만104t의 감을 생산하고 있으며 곶감 생산량은 연간 1만t에 달한다. 지난 2007년에는 상주곶감의 명품화를 위해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마쳤다.
상주는 '천년고수'라는 통합 브랜드를 통해 명품 상주곶감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현재 상주곶감발전연합회에 가입한 500여 곶감농가가 천년고수를 사용하고 있다.
◆문경…오미자 '레디엠', 7연 연속 대표 브랜드 賞福
문경은 오미자 통합 브랜드인 '레디엠'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008년 이후 7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에 선정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문경은 전국 생산량의 45%인 연간 5천500t을 생산하는 국내 최고의 오미자 주산지다. 한 해 농가소득이 1천억원대에 달한다.
2006년 레디엠 출발 당시부터 브랜드 공동화와 품질 향상에 집중한 결과 7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차지하는 동안 농가소득은 16배, 가공 매출은 350배 늘어나는 눈부신 발전을 일군 것이다. 레디엠은 최근에는 오미자청과 오미자와인, 빵, 막걸리 등 가공제품 40여 품목, 60여 종의 상품을 개발해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운영 주체인 문경오미자생산자협회는 종합 매뉴얼을 제작해 기준에 미달되면 레디엠 상표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성…지역별 브랜드 제각각, 연말까지 유통체계 복원
쌀 공동 브랜드인 '의로운 쌀' 외에 농협미곡종합처리장과 민간미곡처리장, 지역의 대형 정미소에서 나오는 쌀 브랜드도 20개가 넘는다. 사과와 자두 또한 지역마다 브랜드가 제각각이어서 상인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복숭아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의성군은 올해 1월 조직개편과 함께 의성군 농특산물 브랜드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거, 현재 관리 중인 13개 브랜드 사용 여부를 재검토하고, 통합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의성군은 올해 말까지 통합 브랜드 개발을 완료하고, 전문가와 농업인들이 참여하는 산지유통 종합계획을 완성, 무너진 유통체계를 복원시킬 계획이다. 전문가 집단과 수차례 워크숍을 개최하고 생산자 대표, APC사업단장, 농협 조합장 등으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기초조사를 마친 상태다.
◆예천…'예천 새움' 통합, 올해 매출액 500억원 목표
지난 2013년 말 농특산물 통합 브랜드인 '예천새움' 선포식을 가지면서 예천군 농업의 '대표 브랜드'로 발탁했다. 은풍골사과영농조합법인 등 39곳을 시작으로 현재는 52개 법인 등이 예천새움을 사용하고 있다. 품목도 사과, 복숭아, 토마토, 수박 등 38종에 이른다.
이 중 예천청결고추 영농조합법인은 전통식품 품질인증, 경북 우수농산물 지정, 유기가공식품 인증 등을 받은 예천새움의 '대표 선수'다. 현재 전국의 주요 학교는 물론 홈쇼핑, 대형유통업체 등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예천새움은 매출액이 지난해 458억원을 기록, 올해는 5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청송…20년 전 청송사과 특허, 해외 수출 판로 다변화
대표적인 통합 브랜드는 '청송사과'이다. 청송은 일찌감치 브랜드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 20년 전인 1994년 청송의 지명과 사과를 합성한 청송사과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07년 지리적표시제 등록까지 마쳤다. 지금은 '자연이 만든 명품'이라는 콘셉트로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는 상황.
한발 앞선 공동 브랜드 개발 이후 199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키 낮은 사과를 도입하는 등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노력했다. 서울 시장 공략을 위해 매년 사과축제를 서울과 청송에서 두 차례 열었고, 사과 신선도를 높이려고 유통시설 또한 현대화했다. 그 결과 기능성 사과인 폴리페놀사과와 비타칼슘사과 등이 개발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로 수출, 판로를 다변화했고, 최근에는 러시아에서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영양…토종 고추 명품화, 빛깔찬 고춧가루 브랜드 대상
영양고추가 전국 최고로 인정받는 데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토종 고추 명품화 사업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타지역의 고추 주산지들이 영양군의 품질관리 정책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차별화돼 있고, 영양에 들어선 경북도농업기술원 고추시험장은 토종 고추 복원과 재배기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영양고추는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통해 명성을 지키고 각종 병해충 교육과 고추 품종 복원 및 보급 등 고추의 고장다운 정책을 펴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의 '빛깔찬 고춧가루'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파워브랜드 대상,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전통식품 은상 수상 등으로 입증됐고, 남영양농협이 오래전부터 '햇살촌' 브랜드로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양농협이 '안심'이라는 브랜드로 고춧가루를 출시했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안동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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