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KTX가 개통되면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2시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교통의 오지로만 여겨졌던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은 말 그대로 '반나절 생활권'을 기치로 한 'KTX시대'가 눈앞에 열리게 된다.
하지만 KTX 개통에 따른 효과를 놓고 일부 전문가들은 의료나 유통'쇼핑과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빨대현상'(Straw Effect)이 우려된다는 부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에 따라 그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포항시는 장밋빛 기대를 최대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빨대현상 있을까?
KTX 개통으로 그동안 포항의 쇼핑시설이나 병원을 찾던 지역 주민들이 KTX를 타고 서울의 백화점이나 병원을 이용한다면 해당 산업의 지역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항 대이동에 사는 주부 김미진 씨는 KTX가 개통되면 노환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의 진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을 계획이다. 서울의 음악대학 지원을 목표로 하는 포항 모 고등학교의 K(16) 군은 주말이면 KTX를 타고 서울에 있는 음악 권위자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전문가 수소문에 나섰다.
이 같은 일은 KTX 개통을 먼저 경험했던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대구의 경우 KTX 개통 후에 의료분야에서 수도권 빨대현상이 나타났으며, 울산은 부산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사례가 많았다.
◆대책을 마련하라
해당 지자체가 지역의 산업을 특성화'차별화시키는 선제적 대응을 편다면 오히려 더 빠른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경우, 수도권에 못지않은 쇼핑'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덕분에 KTX 개통 후에 오히려 전시'박람회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광객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의 방문이 크게 늘어났다.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이다.
포항시가 주목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포항시는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찌감치 국내'외 사례 수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가 관심을 갖고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해외의 성공사례는 프랑스와 독일이다. 고속철도가 경유하는 지역의 역세권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지속적 노력을 한 결과, 고속철도 개통이 지역 간의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
KTX 개통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경제적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KTX 경제권 개발에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포항시는 부각시키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포항시의 생각이다.
◆"포항은 자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KTX 개통에 따른 빨대현상을 걱정하기보다는 지혜롭게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이제는 주 타깃층이 해당 도시나 지역의 협소한 공간 범위를 벗어나 전국의 도시를 상대로 경쟁한다는 전국 공간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항시는 우선 KTX 역세권을 거점으로 지역별로 특성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도시나 지역에는 없는 특화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1월 말에 발표한 'KTX 포항노선 개통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KTX의 종착역이자 시발역인 포항과 인근 동해권역의 산업과 문화'관광, 자연환경 등 지역자원을 중심으로 기능을 특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장점을 활용하라
국내 최대의 철강산업 기반과 동해안관광지, 울릉도'독도 등에 대한 관광수요는 물론, 국토 최동단에 위치한 KTX역, 영일만항 인입선 개설을 통한 물류수송이 가능하고 수도권에서 최단시간에 동해안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포항국제불빛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와 '연오랑세오녀'와 같은 향토문화자원 등 문화'관광 콘텐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KTX 운영과 지역관광의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 역외유출을 넘어서는 관광객 유입을 꾀하는 것도 주요한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문화와 의료, 쇼핑 등의 분야에서 포항만의 강점을 특화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KTX 직통선 개통을 계기로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포항의 순기능은 최대화시키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면서 지역의 체질을 개선하는 식의 치밀한 대응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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