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하신 분이랑 벗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40대 초반의 기자지만 천성 때문인지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아버지뻘 되는 분들 중에 아주 친한 분들이 많다. 세무 공무원으로 오랜 세월 봉직하다 지난해부터 자연인의 삶을 즐기고 있는 한 분과 각별한 벗이 되어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 바람도 쐴 겸 퇴직 후 자연인이 된 이 분과 근교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이런저런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툭 건넸다. "제가 보니까요. 없는 사람들이 술이나 음식값을 더 내더라고요." 대뜸 이 답변이 날아왔다. "그러이 없지." 당연한 답변인데 생각해보니 정답이었다. "아~ 맞네요. 왜 제가 그걸 몰랐을까요."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을까. 그 짧은 대화는 집에 와서까지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 그렇구나. 없는 사람은 없을 수밖에 없겠네. 없으면서 기분에 따라 1차를 쏘고, 동석자들에게 2차를 가자고 자처하니 통장에 돈이 남아날 리가 있나."
또 다른 '이바구'를 하나 더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형'이라 부르는 원룸 건축업자다. 원룸 쪽에서는 한칼 하는 형이라 경제적으로는 넉넉하다. 언제든지 술 한잔 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 형이 올 초에 이런 말을 했다. "나 이제 나라 걱정 안 할란다. 주변 이웃들도 신경 안 쓰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고, 그 사람들과 인생 즐길란다."
이 말을 듣고 또 '띵'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뭔가 아쉬웠다. 할 말이 없어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죠. 요즘 뭐 별거 있습니까. 알량한 애국심은 어디 쓸 데도 없죠. 저도 박근혜를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데, 이제 별 기대 안 해요. 짧은 인생인데 남한테 피해 안 주고 개인적으로 즐겁게 살면 되죠."
역시나 이 형과의 대화도 귀가 후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요즘 누가 나라 위해 희생'헌신하며, 진정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가. 지역사회 복지도 좋지만 이를 위해 유통되는 비용이 더 커지고, 기부를 해도 기부단체의 운영'인건비에 더 많이 쓰이는 현실이니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 삼성'현대'LG'SK'한화 등 대기업들의 봉사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회사 차원의 생색내기 정도다.
두 짧은 대화가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주로 접대받는 직업이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통장에 잔고가 별로 없다. 절제 없는 생활로 인해 나 스스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자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좋다. '그러이 없지'라는 소리가 반갑게 들리기도 한다. '내 행복만 생각하며 살자'는 다짐도 씁쓸하다. 기자라는 직업도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데, 이기적인 생각이 많이 앞선다. '극단적인 개인 행복추구' 시대임은 분명하다. 아무리 세상이 그렇더라도 난 기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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