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공서적 너무 비싸서…4주 대출·8주 연체 '한학기 때워'

3과목 교재 안사고 빌렸죠

# A대학 대학생 이모(22) 씨는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5과목 중 3과목의 교재를 대학도서관에서 빌렸다. 이 씨는 이전에도 도서관에서 최대한 교재를 대여해 왔다. 밥값과 교통비만 해도 생활이 빠듯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이 씨는 "학생 수가 많은 과목은 방학 중에 미리 교재를 대출하고 그래도 빌리지 못하면 공공도서관을 이용한다"고 했다.

# B대학 전자공학과 김모(25) 씨는 지난해 2학기 초에 4만원이 훌쩍 넘는 전공서적 값에 고민하다 학교도서관을 떠올렸다. 하지만 찾는 족족 '대출 중'이었다. 김 씨는 친구의 책을 함께 보거나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는 방법으로 책이 반납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학기가 끝날 때까지 책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 씨는 "전공서적은 교재 중에서도 특히 비싸 대출하려는 학생들이 몰린 것 같다. 한 학기에 교재비만 20만원 안팎이 들다 보니 부담이 크다"고 했다.

새 학기를 맞으면서 대학도서관마다 전공서적 '쟁탈전'이 치열하다. 값비싼 전공서적을 사는 대신 도서관에서 빌리려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져서다.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도서관 전공 서적 중 상당수가 장기연체 도서 목록에 단골로 올라가 있다.

모 대학도서관 관계자는 "고가의 전공 서적일수록 장기연체가 많고 돌아보면 바로 대여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공서적은 통상 12주인 한 학기가 끝나야 반납되곤 한다"고 밝혔다.

대학도서관들은 대출기간을 최장 4주까지로 정하고 있어 나머지 8주는 연체상태가 되는 데도 장기연체는 끊이지 않는다.

전공서적 값이 보통 4만원 이상이다 보니 책 구입에 대해 부담이 커 장기연체에 따른 제재를 감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얌체 대여' 때문에 정작 필요한 학생들은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대학도서관마다 이와 관련한 민원도 적지않게 들어온다.

이 때문에 대학도서관들은 장기 대여를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북대와 영남대는 연체 일수만큼 책을 대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책 3권을 5일 연체했을 때 총 15일간 다른 책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체 일수만큼 연체료를 내도록 한 학교도 있다. 계명대 도서관에는 연체 일수만큼 대출에 제한을 두는 방법과 연체한 일수 하루당 100원을 산정해 연체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연체가 길어져도 학생이 내는 연체료는 2만원까지라 장기연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남대 관계자는 "일부 장기연체자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전화나 게시물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책을 둘 수 없고 장기연체에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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