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도 잊은 3천 명의 '미생'이 취업 전쟁의 생존자로 남고자 14개 공기업 합동 채용설명회장을 찾았다. '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취업난'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듯 20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행사장 곳곳을 숨 가쁘게 누볐다.
'절박함!' 19일 경산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그랜드홀(대강당)을 가득 채운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였다. 국토교통부 주최 '2015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합동채용설명회'(이하 설명회)가 열린 이곳은 취준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9시 한국정보화진흥원 채용 상담 부스. 상담직원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영남대 경제금융학과 07학번 이모(27) 씨는 맨 앞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오늘 하루 한 곳이라도 더 상담하고픈 마음에 일찌감치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제 스펙이 워낙 모자라서 불안합니다. 정말 학점 4.2점 이상, 토익 950점, 자격증 3개 등의 스펙이 필요합니까?"
올해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는 이 씨는 "일자리가 워낙 없다 보니 걱정스럽다"며 "올해 공공기관 채용에 꼭 뽑히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쉽잖다"며 한숨지었다.
지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재난안전지원팀 주임은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학생들이 불안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론 지원자가 많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공공기관의 취업문이 그리 높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최근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감정원, 한국도로공사는 물론 올해 이전 예정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장학재단,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대구경북 혁신도시에 자리 잡는 14개 공공기관이 참여했다.
3천여 명의 대학생이 찾았고, 소개 책자 2천 부는 1시간 만에 동났다. 설명회장은 2층 일부만 제외하고 꽉 들어찼고, 기관별 부스마다 10~20명씩 줄지어 기다렸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입사 조건. 토익 점수와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얼마나 쌓아야 서류전형에 통과할 수 있을지, 면접에서 어떤 강점을 드러내는 게 좋을지 등이었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관들이 얼마나 반영하는지도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부터 3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봤다는 정인지(24) 씨는 "기업'기관마다 모집요강도, 원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보니 어떤 공부와 경험을 해야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만 있다면 연봉은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했다.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은 올해 전체 채용 예정인원 1천984명의 8.8%인 175명을 지역 인재로 채용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 인재가 입사하면 기관 전체의 지역 적응력이 높아지고, 지역 인재의 수도권 이탈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기대만큼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 지적됐지만 올해도 기관당 신규 채용 수요는 평균 10명꼴에 그친다. 대구경북 14개 기관별 올해 채용 예정인원은 2~98명. 한국수력원자력(98명 채용)과 한국도로공사(18명), 한국감정원(12명),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각 10명)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관은 2, 3명꼴에 불과하다.
김호열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기술사는 "지난해 지역별 인재 채용 계획은 7%(전국 지역별 평균)였으나 실제로는 10.2%였다. 올해도 계획치 10.9%보다 많을 것"이라며 "매년 점진적으로 채용 비율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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