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아나운서 잇단 프리선언 왜?

왜 '야생'으로 가냐고요? 원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지상파의 스타급 아나운서들이 속속 사직서를 내고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있다. 안전한 직장 울타리를 포기하고 '야생'으로 나가 실력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도. 또는 직장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 때문에 회사를 등진 경우도 있다. 김성주와 전현무 등 프리랜서 선언 후 인기 MC로 자리 잡은 이들의 선례가 이어지면서 회사에 사의를 표명하는 스타급 아나운서의 수도 늘고 있다. 최근에도 아나운서와 기자로 활동했던 MBC 김주하 앵커가 퇴사했고, '열린 음악회' MC로 유명한 KBS의 황수경 아나운서 역시 사측에 사의 표명을 했다. 지상파의 얼굴들이 차례로 회사를 떠나면서 '어지간히 알려지고 나면 퇴사하는 게 아나운서들의 당연한 행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의 계보,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를 짚어봤다.

◆스타급 퇴사 후에도 본업 충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계보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소위 '잘나가는' 인기 아나운서들이 다니던 방송사에서 퇴사하는 건 극히 드물었던 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랑방중계'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KBS의 원종배 아나운서가 1995년 돌연 '프리 선언'을 해 화제가 됐다. 이후로도 원종배 아나운서는 EBS '장학퀴즈' 등을 진행하며 방송활동을 이어갔으며,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사업에 전념했다.

비슷한 시기에 KBS와 SBS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이계진도 회사를 나왔다. '연예가중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등 주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며 KBS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활동했으며, 이후 SBS로 회사를 옮겨 아나운서실을 이끌었던 인물. 1995년 사직서를 내고 퇴사한 후 한동안 프리랜서로 방송 일을 이어갔고 2004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치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로 1997년 정은아 아나운서도 KBS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SBS에서 '좋은 아침'을, MBC에서 '칭찬합시다' 등을 진행하는 등 인기 MC로 자리 잡았다.

이듬해 MBC의 간판 앵커로 활동했던 백지연도 퇴사했다. 퇴사 후 각종 저서를 발간하고 강단에 서기도 했다. 또한 CJ E&M과 손잡고 '끝장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최근에는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손범수도 90년대 중후반에 프리랜서로 방향을 전환한 대표적인 아나운서다. '열전! 달리는 일요일' '가요톱10'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등 KBS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스타급으로 떠올랐다. 프리 전향 후에도 기존의 이미지를 고수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방송진행도 겸하고 있는 이금희 KBS 아나운서, 또 연기자로 직업을 바꾼 임성민 KBS 아나운서가 2000년에 사직서를 제출한 후 한동안 잠잠했던 인기 아나운서의 퇴사 바람은 200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거세진다.

먼저 2006년 KBS 강수정 아나운서가, 2007년에도 신영일 KBS 아나운서와 손미나 아나운서가 회사와 이별을 고했다. 스포츠와 예능을 오가며 폭발적인 인지도를 쌓았던 김성주 MBC 아나운서도 2007년 프리랜서 선언을 했고, 이듬해 박지윤 KBS 아나운서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 모두 현재까지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을 꿰차며 인기 MC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박지윤 아나운서와 함께 2008년 KBS를 떠난 최송현 아나운서는 이후 연기자로 대중 앞에 섰다.

1998년 SBS에서 배출한 스타 아나운서 유정현도 사직서를 내고 프리랜서로 방향을 돌렸다. 이후 국회의원이 돼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인기 MC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 다시 방송계로 돌아와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 이후로도 2012년 전현무 아나운서가 KBS를 나와 프리선언을 했고, 2013년 오상진 아나운서도 MBC에 사직서를 내는 등 스타급 아나운서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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