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회마을 한옥호텔 '락고재' 도편수 황칠봉 안동 한옥학교 교장

"대목장의 손맛에 따라 한옥은 천의 얼굴 가졌죠"

안동 하회마을 장터 마당 뒤편에는 요즘 한옥 여러 채가 들어서고 있다. 한옥호텔 '락고재'(樂古齋)의 건축현장이다. 내년쯤 제 모습을 드러낼 이 한옥호텔은 안동 한옥학교 학생들의 현장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안동 임하면에 들어선 한옥학교는 '한옥'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브랜드화하자는 게 기본 정신입니다. 전국 곳곳에 한옥호텔을 짓는 '락고재'가 본격적인 한옥 건축 인력까지 양성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학교가 안동 한옥학교입니다."

하회마을 한옥호텔 '락고재'의 도편수를 맡고 있는 안동 한옥학교 황칠봉(54) 교장은 한옥학교와 한옥호텔을 통해 비싸고 접근하기 어려운 건축물로 여기는 한옥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문을 연 '안동 한옥호텔'은 대목수 11기, 50여 명을 배출했다. 30여 명이 전국 한옥 건축 현장에서 전통에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안동시와 협약을 맺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목재의 이해와 치목 방법, 공구사용법, 부지조성 및 기초공사, 목구조 조립 등의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한옥학교 수강생들은 기본교육과 심화과정 등 9개월간 공부를 마치고 락고재 한옥호텔 현장에서 3개월간 인턴 과정을 거친다.

황 교장은 "한옥학교의 인력 배출이 한옥 건축의 선순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옥 건축 표준화에 대해서도 그는 나름의 선을 긋는다. "한옥의 매력은 정형화되지 않고 목재나 자연, 짓는 사람의 철학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게 특징입니다. 공장에서 찍은 똑같은 목재로 만든 천편일률적인 한옥은 금방 싫증이 나지요. 나무의 원래 모습을 손맛으로 살려냈을 때 보는 시선에 따라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한옥의 미덕입니다."

황 교장은 "한옥을 지으면서 성격도 온화해졌다"고 했다. 한옥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공간이기에 거주자의 심성이 고와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회마을의 고택들은 대청마루나 창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나 대문을 열었을 때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선조들은 자연 속에서 전해오는 아름다운 경치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집을 이상적으로 여겼습니다. 한옥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황 교장은 외형만 화려한 한옥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대목장은 풍수와 조경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하죠. 요즘은 외형만 한옥인 건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어요. 획일적으로 창문의 크기와 높이를 다 정해놓고 대목수는 설계도에 맞게 지어주다 보니 외형은 화려하지만 집 내부에서는 밖을 볼 수 없는 한옥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는 "안동 한옥학교는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 현장과 연계해 한옥에 대한 기능뿐 아니라 전통건축물에 담긴 옛 대목수 어르신들의 철학과 삶을 고스란히 가르치고 있다"면서 "전통건축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이 찾기 바란다"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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