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옮겨간 기획재정부 직원들의 출퇴근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과 우려스러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재부 A과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태도 문제로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개월간 세종청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는 등 소재가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몇 개월간 출근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세종시에선 서울에 출근한다고 하고, 서울에선 세종시에 근무한다고 둘러댔기 때문이다. 서울 출장이 워낙 잦고 업무가 많은 세종청사 공무원의 특성을 잘 활용한 것이다.
그의 항변은 더 가관이다. 통신이 발달돼 있어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 수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2년 전에는 같은 부처 소속 여자 사무관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그는 최연소 여성 과장 승진을 눈앞에 둘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학벌도 좋을 뿐 아니라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를 동시 합격한 수재였다. 전도유망한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근원은 통근버스였다.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두 시간, 왕복을 할 때면 네 시간을 같은 부처 남자 사무관과 항상 함께했다. 버스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몇 달을 하루 네 시간씩 바로 옆에서 지내다 보니 정이 들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다 사내 내부전산망에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내부 감사가 시작됐고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던 이 여자 사무관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은 출근 시간이 제일 힘들고 퇴근 시간이 가장 기쁠 때다. 기쁘고 슬플 때를 수 개월 간 같이 있어 준 사람이어서 자연스럽게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유추해본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다른 한 사무관은 세종시에 내려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6개월간 병가를 신청했다. 허리디스크가 심각하게 손상돼 수술을 받고 재활 기간이 최소 4개월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병세의 원인을 통근버스로 돌렸다. 하루 네 시간씩 버스를 타다 보니 차량 충격이 신체에 축적돼 디스크 증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통근버스를 타는 시간이 새벽이나 퇴근길이어서 쪽잠을 잘 수밖에 없고, 일단 잠에 취하면 허리가 구부정해져서 디스크에 무리가 간다는 설명도 더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출장비용은 약 80억원에 이른다. 하루 수십 대의 통근버스와 별도의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지난해 모든 부처의 이전이 완료됐지만 아직까지 공무원들에게 세종-서울 간 거리는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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