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취득세 세수보전 논란

복지비 증가로 인한 지방정부 재정난 문제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2013년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상으로 진행된 '주택 취득세율 인하-지방소비세율 인상'의 정책 패키지가 지방정부에 향후 5년간 4조5천억원의 세수입을 증대시키게 된다는 보도 때문이다.

2013년 세목 간 세율 조정의 성격, 세수추계 방법론 등은 정확한 내용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5%에서 11%로의 지방소비세율 인상은 취득세수 감소에 따른 세수 보전책이었으며 복지비 증대에 대응한 지방세수 확충과는 무관하다.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냉각된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종 정책처방들이 가해졌으나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었다. 정부는 일관성 없는 감면정책의 부작용을 없애고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취득세율 인하 카드를 내놓았다. 그 반대급부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여 취득세수 결손을 보전한 것이 현재와 같은 세율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취득세 감면분 추계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이다. 최근 예산정책처는 거래활성화 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취득세 감소분은 2013년 추정치 2조4천억원보다 8천억원가량 적은 1조6천억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방법론적으로 비교하자면, 2013년 추계방식은 과거 거래량에 기초한 사전적 추계법을, 예산정책처의 연구는 경제활동(거래량) 변화를 반영한 사후적 기법을 적용한 결과이다. 조세실무에서는 사전적 기법이 압도적으로 선호된다. OECD의 거의 모든 국가는 조세지출(tax expenditure) 추계에 사전적 기법인 세수손실법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전적 기법은 단순성, 명징성, 자의성 배제 등 장점으로 인해 입장 차이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낮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의 이번 취득세수 추계방식은 그 학술적 의미와는 별개로, 실무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사후적 기법이 안고 있는 통상적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우선, 취득세율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연구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중 다수는 세율 인하가 거래량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예산정책처와는 반대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거래량 변화에 대한 일관된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후적 방식에 기초하여 세수보전 규모를 정하는 것은 자의성의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두 번째로 취득세율 인하로 주택경기가 활성화되었다는 결과는 저잣거리에서의 현실 인식과도 사뭇 동떨어진 주장이다. 귀신도 못 맞힌다고 하는 복잡다기한 주택시장이지만 최근의 주택매매 증가세에 대해 전문가 집단이 꼽고 있는 공통된 요인은, 전세가율 상승에 따른 세입자 매수전환, 부동산 3법 추진으로 인한 시장 분위기 반전, 저금리 기조의 지속 등이다. 취득세율을 요인으로 밝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끝으로 세율 변화에 따른 취득세수 감소분 추계는 단기적 시장변동이 아닌 중장기 전망에 기초해야 하는데 2014년과 같은 거래 호조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 지면을 빌려 복지 전달을 위한 지방세수 확충 필요성이나 지자체 재정난의 책임소재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자체 재정난 해소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자 중앙정부의 필요에 의해 주도된 2013년 합의사항을 지금에 와서 문제로 삼는 데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지방세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전제하에 복지비용 조달을 위한 추가적 지방세 증세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문제제기의 골자라면, 세수보전 추계방식을 근거로 드는 것은 번지수가 다른 것이 아닌가 한다.

이선희/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