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수사' 3년 전엔 넘어간 일,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포스코 "베트남 현지 관행" 리베이트땐 미국 수주 막혀 "비자금 만들리가"

검찰은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 이어 곧바로 포스코 전체 및 관련 하도급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 인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물론이고, 정치적 입김에 의한 수사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다른 대기업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살피면서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수사 개시 나흘 만에 모두 일어난 일이다.

통상적인 검찰 수사과정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빠른 속도라는 것이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사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신물'(新物)이 아니다. 수년 전 이미 불거졌던 의혹들이 이번에 또다시 수면 밖으로 나온 것이다. 결국 '이 수사가 왜 이뤄졌고, 최종 지향 목표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확산시키는 이유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비싼 값으로 계열사를 사들이고,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큼 인수합병 대상 사주에 대해 많은 금전적 배려를 해줬다는 의혹은 이미 2012년 초부터 집중 거론됐다. 각 언론매체가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부와 검찰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이 일은 계속 논란거리를 낳았지만 2014년 3월 권오준 회장이 부임하면서 유야무야됐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사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건설이 2009~2012년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면서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해 9월 불거졌다.

베트남에서 근무하던 한 임원은 "사업단장으로 있던 두 상무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국내 언론 등에 제보했다. 포스코건설은 즉각 이 제보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포스코건설 측은 당시 "베트남에 확인해 본 결과 비자금 조성의혹으로 감사를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의혹이라기보다는 현지의 관행을 따랐을 뿐이다. 베트남은 리베이트(총공사비 대비 1% 내외)를 포함시킨 공사비를 사업총금액으로 발주하기 때문에 추후 이 돈을 돌려주기 위해 (돈을) 만든 것이 비자금 조성으로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 사실이 베트남에 알려지면 매년 1조원에 달하는 현지 사업수주가 막힐 수 있다"며 국익차원에서 사업수주가 마무리된 후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감사팀과 이를 보고 받은 고위 임원진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검찰 고발 대신, 내부 인사를 징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포스코건설 측은 밝혔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된 포스코건설이 리베이트 문제를 일으키면 미국 부패방지법에 따라 벌금은 물론, 모든 해외수주가 원천적으로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가 비자금 조성을 조직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비자금 조성은 이미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그 돈이 해외수주를 위한 관례에 따라 쓰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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