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회동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이 회동에서 나왔던 말들의 사실 여부와 '해석'을 놓고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가 돌아서서는 얼굴을 붉혔던 선례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이해와 협력을 통해 국정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을 저버리는 것이다.
먼저 청와대의 기억상실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문 대표가 회동에서 제기한 '경제위기론'에 대해 A4용지 9장에 걸친 장문의 반박 자료를 내놓았다. 결론은 지금은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론은 박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여전한 위기"라고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실기(失期)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아니라니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의 경제위기론은 그냥 한번 해 본 소리란 말인가?
경제현실은 과장해서도 축소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민 대부분이 체감하고 있는 바이다. 위기가 아니라고 해서 위기가 해소되진 않는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문 대표의 우려를 경청하며 경제 활성화에 초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으면 청와대 회동의 취지, 즉 '소통'에 더 충실한 '후속 대응'이 됐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말 뒤집기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회동에서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한 시한(5월 2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시한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발언은 '4월 말 이전 여야 합의처리'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이 발언을 부각시키며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언제 문 대표가 4월 말이라고 못박았느냐"고 반박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새정치연합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고 믿은 국민만 바보가 된 셈이다. 이렇게 만났을 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다르다면 소통은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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