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어디서 놀아요?'
19일 오후 대구 칠성동 한 아파트 놀이터. 아파트 단지 내 2곳의 놀이터에는 아이들은커녕 놀이기구도 사라지고 없었다. 시소와 그네는 철거된 채 기둥만 남아 있었고, 미끄럼틀에는 이용금지를 알리는 봉쇄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아파트 관계자는 "20년 이상 된 놀이시설이라 설치검사를 통과할 수 없다. 안전인증을 받은 시설로 교체한 뒤 이용금지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했다.
놀이터지만 이처럼 이용이 금지된 놀이터가 대구 지역에만 16곳에 이른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설치검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놀이터들이 시설 교체를 위해 이용이 금지되거나 아예 폐쇄됐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제정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1월 26일까지 모든 어린이 놀이터는 안전 설치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검사에서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는 폐쇄되고, 검사를 받지 않은 놀이터는 폐쇄하거나 임시로 이용금지 조치한 뒤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이후로 줄줄이 놀이터가 폐쇄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문을 닫은 지역 내 놀이터 수는 총 16곳(아파트 놀이터 9곳)이고 설치검사를 받지 않아 이용금지가 된 곳은 2곳이다. 놀이터를 없애는 이유는 비용 부담 탓이 크다. 설치검사에 합격하기 위해서 놀이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하는데 비용이 놀이터 한 곳당 2천만~3천만원가량 든다.
일부는 교체 비용을 절감하려 아예 놀이시설 수를 줄인 곳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규모 단지라 한 가구당 부담이 크거나 영세민 아파트라 교체 여력이 없어 폐쇄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구 수가 많아 놀이터를 의무설치 해야 하는 곳은 시설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놀이터를 유지한다"고 했다.
2004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설치검사의 필수 요건인 '안전인증' 자체가 없는 놀이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시설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놀이터 이용금지가 내려진 한 아파트 주민은 "아이들이 차량이 왔다갔다하는 주차장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아찔하다. 이용금지된 놀이터도 단순히 테이프로 막아둔 상태라 아이들이 들어가 안전사고가 날까 우려된다"고 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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